국내외 패션 브랜드, 메타버스 플랫폼에 매장 열고 고객 유치에 사활
구찌·돌체앤가바나·타미힐피거 등 유명 브랜드 메타버스 통해 제품 선보여
메타버스 내 매장 성공에 이어 패션쇼까지 개최…시장은 폭발적 반응
가상세계 속 익숙한 브랜드·제품에 소비자 지갑 열어…아직은 마케팅 수단
메타버스 서비스 성공 사례에 자극받은 패션브랜드 진입 계속될 전망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날마다 구찌 매장에 들른다. 그는 마음에 드는 제품에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A씨가 이렇게 구매한 명품만 1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그가 이 같은 명품을 구매하는 데 쓴 돈은 총 10만원이 넘지 않는다. 이 가격의 비밀은 A씨가 단골인 구찌 매장에 있다. 이 매장에선 대부분의 구찌 상품이 3000원대를 넘지 않는다. 이탈리아 피렌체 매장을 그대로 닮은 이 매장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A씨는 “실제 매장에서는 구매에 망설여지는 명품을 큰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다”라며 “실제 백화점 매장에서 파는 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를 흡수하는 메타버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콧대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메타버스에 줄줄이 입점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접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성장에 한계를 느낀 브랜드들의 새로운 먹거리 전략도 더해졌다. 이에 많은 패션 브랜드가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패션·의류업계는 당분간 패션 브랜드의 메타버스 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찌, 메타버스서 성공적 데뷔 후 명품 브랜드 줄줄이 가세
구찌, 돌체앤가바나, 에트로, 타미힐피거, 랄프로렌 등의 패션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사 브랜드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패션 브랜드가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데는 구찌의 성공적인 데뷔가 있다.
지난해 구찌는 이탈리아 피렌체 매장과 옮겨 온 듯한 ‘구찌 빌라’를 제페토에 열었다. 당시 구찌는 제페토 내 매장에 총 60여 종 아이템을 출시했다. 구찌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패턴은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같았다. 이 제품들은 며칠 만에 완판됐다.
가능성을 확인한 구찌는 메타버스 활용에 적극적이다. 올 3월 서울에서 열린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전시 홍보관을 제페토에 설치했다. 이 역시 실제 전시 공간을 그대로 복사해 꾸몄다.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홍보관 방문자는 75만명을 기록했다. 또 구찌가 이번 가상 전시로 판매한 제페토 아이템은 11만개를 넘어섰다.
메타버스 속 패션 브랜드의 인기는 패션쇼로 옮겨 붙었다. 지난 3월 전 세계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로 쏠렸다. 디센트럴랜드에서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패션위크가 열렸기 때문이다. 결과는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앞서 언급한 돌체엔가바나, 에트로, 타미힐피거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여기에 전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 역시 폭발적이었다.
메타버스 속 패션위크가 돌풍을 일으킨 이유가 뭘까. 가상세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여러 패션 아이템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돌체앤가바나의 경우 메타버스 전용 아이템 20개를 공개했다. 이용자들은 이 아이템을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를 뽐냈다. 메타버스 속 혜택에 가상세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돌체앤가바나는 가상세계 멤버십을 판매하며,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처음부터 ‘메타버스’에서 판매하는 ‘브랜드’까지 등장
롯데홈쇼핑도 디지털 패션 LOV-F를 출시했다. 롯데홈쇼핑은 자사 앱 내 대체불가토큰(NFT) 마켓플레이스에서 LOV-F의 가상 제품을 실물 상품과 연계해 판매 중이다.
현실 세계에서 인기 제품을 그대로 가상세계에서 선보이는 경우도 많다.
패션브랜드들이 메타버스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이유는 메타버스에서 경험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A씨의 사례처럼 메타버스 매장에서 만족한 제품에 대한 구매가 실제 매장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분석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오프라인 매장 진입 문턱을 한 단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라며 “가상세계에서 익숙한 브랜드와 매장에 대해 소비자의 부담이 적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착안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모두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도 나왔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가 그 주인공이다. 자라는 최근 라임 글램 컬렉션을 출시하며, 제페토는 물론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상 세계에서 고객이 마음에 드는 옷을 미리 입어보는 서비스도 나왔다. 코오롱 FNC의 여성 브랜드 럭키슈에뜨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럭키타운을 운영 중이다. 가상현실(VR) 체험 공간인 럭키타운은 모델의 착용 모습을 360도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고객은 제품을 착용했을 때 모습을 실제와 비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패션, 오프라인 패션규모 넘어설까? "글쎄"
다만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의 패션 산업을 넘어서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메타버스 등을 통한 디지털 패션은 주로 실물 상품으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 즉 메타버스를 통해 상품을 먼저 선보이고, 오프라인에 출시하는 사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패션업계는 기업들의 메타버스 진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국내외 홍보가 용이하다”라며 “이는 코로나 대유행과 같은 상황에서 기업 활동에 장점으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브랜드들 이 같은 장점으로 메타버스 성공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에 자극받은 기업들의 추가 진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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