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이튿날도 조문 행렬…"어처구니없는 사고 없길"

기사등록 2022/11/01 18:02:58

"익숙한 생활공간서 누군가 목숨 잃어 황망해"

분향소 옆에는 재난심리지원 현장사무소 운영

"현장에 있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녹사평역 합동사무소에는 외국인들도 간간이 조문

尹 대통령, 헌화 후 이태원역 임시 추모공간 방문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1.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1.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준호 박광온 조성하 기자 = 현재까지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튿날에도 각계각층 인사들과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1일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엄숙하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했다.

조문은 오전 8시부터 시작됐지만, 일찍부터 조문을 위해 줄 선 시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조문은 7~10명가량이 앞으로 걸어 나와 준비된 국화꽃을 단상 위에 올리고 약 10여초간 묵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모를 마치고 나온 시민 대부분은 눈물을 훔치며 슬픈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출근길에 분향소를 들렀다는 김모(58)씨는 "비슷한 나이대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인데, 돌아가신 분과 그 부모님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드리고 왔다"고 말했다.

학교 가는 길에 분향소를 찾았다는 대학생 김정훈(26)씨는 "너무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누군가 목숨을 잃었다는 게 너무 황망하다"며 "SNS 등 충격적인 장면들이 너무 많은데 친구들과 뉴스 외에 어떤 미디어 장면도 찾아보지 말자고 이야기를 했다. 희생된 분들을 위해서도 맞는 처사인 것 같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시민은 오열하며 걷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서울 중랑구에서 왔다는 강모(33)씨는 "현장에는 가보기 너무 힘들어서 합동분향소를 찾아왔다. 어제까지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오늘 오게 됐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합동분향소 옆에는 서울시 통합심리지원단이 이태원 사고 재난심리지원을 위한 현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곳을 찾은 시민들은 대부분 현장을 직접 목격하거나 SNS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한 이들이었다.

15분가량 심리 상담을 마치고 나온 이모(35)씨는 "사건이 일어난 뒤 우연히 현장에 가게 됐다"며 "대부분 골든타임을 놓쳐서 돌아가신 걸로 아는데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을 진행 중인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회장은 "어떤 형태로든 이태원 참사로 충격을 받으셨던 분들에게 지체하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허탈감과 무력감, 분노, 불안 이러한 증상이 1~2주간 진행되면 하나의 질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시청광장 합동분향소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포함해 안철수, 김예지, 성일종 등 국민의힘 의원 18명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정청래 등 민주당 의원 7명 등 정치권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도 방문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2022.11.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2022.11.01. [email protected]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분향소에 발걸음을 멈추고 하얀 국화꽃과 묵념을 하며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오열과 한숨을 내뱉으며 희생자들을 안타까워했다.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던 조찬호(63)씨는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들이 참담한 사고를 겪은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깝고 편한 곳에서 쉬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며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린 초등학생도 희생자 추모에 동참했다. 김승민(11)군은 "핼러윈 파티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사고가 났다고 해서 많이 놀랐다"며 "엄마가 엄청 크게 울고 해서 잠자다가 깨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분향소에는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간간이 이어졌다. 캐나다인 셰인 오 데이씨는 "굉장히 슬프고 비극적인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보낸다"며 "한국이든 어디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11.01. photo100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11.01. photo1006 *재판매 및 DB 금지


비극적인 현장에서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했다는 시민도 분향소를 찾았다.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났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김범진(17)군은 "딩시 CPR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들어 분향소를 찾아왔다.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서 일상생활을 잘 못하고 있다"며 "그날 이후로 한 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시청광장 합동분향소 방문에 이어 이날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후 곧장 이태원역 1번 출구로 이동해 임시 추모공간을 방문했다.

이 외에 김명수 대법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당원 12명이 분향소를 방문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1.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1.0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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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 이튿날도 조문 행렬…"어처구니없는 사고 없길"

기사등록 2022/11/01 18:02:5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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