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행안부·경찰청·소방청 현안 보고
野, 질의 없는 '이태원 참사' 현안보고에 "尹정부 들러리 못 서"
여야 간사, 전체회의 날짜 조정…이르면 7일 재보고 예상
[서울=뉴시스] 이지율 신재현 기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이태원 압사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이후 현안 보고를 다시 받기로 했다. 야당 의원들이 1일 질의 없이 이뤄진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 현안 보고에 반발하면서다. 여야 간사들도 "다음주 현안 질의를 잠정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빠르면 오는 7일, 늦어도 10일에는 재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여야 행안위 간사는 이날 회의에서 별도의 질의 없이 현안 보고만 받기로 합의했다. 질의 답변을 준비할 시간에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날 보고 사항이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공지된 내용으로 이뤄지면서 전체회의를 연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채익 행정안전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의사진행발언 없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차장 등에게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보고를 청취했다.
그러자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도대체 왜 국가가 행정안전위원회가 들러리를 서야 하느냐"며 "이런 식으로 한번 들러리를 서면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채익 위원장이 "오늘은 여야 간 정부의 현안보고를 일단 받고 애도 기간이 끝나면 우리 위원들 의견을 충분히 받아서 충분히 질의할 시간을 드리겠다"고 설명하자, 용 의원은 "질의 없이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당연히 국민을 대신해 질문해야 하고 오늘이 어렵다면 다시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이 위원장이 "그렇게 하겠다"며 이상민 장관의 현안보고 진행을 이어가려 하자, 용 의원은 "이 곳에 정쟁하러 온 국회의원 아무도 없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대하는 태도"라며 "아무말 하지 말고 국회가, 행안위가 들러리를 서야 하나. 이런 식으로 들러리를 서면 관례가 돼 계속 이럴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 위원장은 "애도 기간이 끝나면 위원들 의견을 충분히 받아서 질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고, 용 의원은 "이건 국회가 해야 할 책임이 아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고 가만히 조용히 추모만 하라는 윤 정부 방침에 행안위가 들러리 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이상민 장관은 소란한 장내 상황 속에서 이태원 사고 수습 상황에 대한 보고를 마쳤다.
그러자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나온 내용 중에 모르는 게 뭐가 있느냐"며 "언론에 나온 내용을 우리가 왜 리뷰하나. 다 대안들이 있을텐데 최소한 질의라도 받아야지 왜 걱정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지금 회의는 방송을 통해 전부 다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다"며 "모든 의사 일정은 여야 간사들과 합의해 진행하기 때문에 개별 위원들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문 의원은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 여야 다 욕먹는 것"이라며 "간사 합의가 그렇게 중요한 건가. 진심 어린 추도와 책임 어린 추궁을 같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거듭 질의를 요청했다.
이에 행안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안전 주무 상임위인데 사고가 나고 상임위가 아무 움직임이 없는 부분에 대해 서로의 질책이 있었다"며 "그래서 현안 질의 없이 장관과 청장, 차장이 행안위에 와서 현재 상황을 좀 정확하게 파악을 하기 위해서 만든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다음주에 이만희 국민의힘 간사와 위원장과 합의해서 현안 질의를 하기로 잠정적 합의를 했다"고 덧붙이며 이 장관이 현안 보고가 너무 평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국민께 보고를 드리는 자리인데 사고에 대한 문제점이라든가 수사가 끝나지 않은 그런 상황은 인식을 하면서도 보고가 너무 평이하고 언론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보고) 수준"이라며 "사고가 왜 났는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겠다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답답한 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추모는 진실을 밝히고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해 문책도 하고 책임도 물어야 되는 것"이라며 "그걸 통해 진정한 추모가 되고 국민적 화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조기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별도의 현안 질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이른감이 있다"며 "사후 야당 간사와 자리 통해 국민들께 사고 원인 규명하고 수습 과정을 설명해 드리겠다. 티끌 하나 남김없이 철저히 공개해서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애도기간이 이번주 토요일(5일)까지"라며 "애도기간이 끝나고 여야 간사 간 조속히 합의해 현안 질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회의 50여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행안위의 다음 전체회의는 예산안이 상정되는 다음주 10일로 예정돼 있다. 여야 간사는 전체회의 날짜 조정을 통해 현안 보고 시기를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이만희 여당 간사는 회의 직후 뉴시스와 통화에서 "원래 전체회의를 10일로 예정했는데 여러가지 수사 진척 사항 등을 봐가면서 최대한 빨리 잡을 것"이라며 "국민께 모든 걸 밝힐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교흥 야당 간사도 재보고 시기에 대해 "다음주 7일이 됐든 8일이 됐든 예산안을 상정할 때 하려고 한다"며 "10일이었던 전체회의를 당기는 것까지는 합의를 했다"고 부연했다.
이 위원장은 회의 직후 서울시청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수사 중이고 관련해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아무래도 지금 완벽한 보고를 드리기는 물리적으로 좀 어려움이 있다"며 "여야 간사들끼리 합의가 되면 다음주 조속히 현안 질의 일정을 잡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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