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최근 미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현대·기아차 훔치기' 챌린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등에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훔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7월부터 유행한 이 '현대·기아차 챌린지'는 현대·기아차를 훔친 뒤 이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틱톡에 올리는 것으로 미국 10대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주 타깃이 현대·기아차인 이유는 엔진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이 유독 많아서다. 기아에서 2011~2021년 생산한 일부 모델과 현대차에서 2016~2021년 제작한 일부 모델은 엔진이모빌라이저가 없다.
엔진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열쇠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발산되는 암호 신호가 엔진과 일치해야 시동이 걸리는 도난방지 시스템이다. 이 장치는 열쇠 없이 차량 문을 열더라도 시동을 걸 수가 없어 효과적으로 도난에 대비할 수 있다.
범행에 나서는 청소년들은 이 같은 엔진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의 창문을 깨고 키홀더를 뜯어낸 뒤 USB 케이블 등을 이용해 시동을 걸고 차를 훔치는 것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일부 모델은 엔진이모빌라이저를 고객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옵션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워낙 저가형 차량이다보니 사람들이 (엔진이모빌라이저를) 옵션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엔진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저가의 차량들은 어떤 차든지 훔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현대·기아차 챌린지가 일부 10대 청소년의 일탈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해당 방법으로 차를 훔친 미국 뉴욕주 10대 소년 6명이 운전 중 충돌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다른 주에서도 14세 소년 2명이 차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차주들은 곳곳에서 '결함이 있는 차를 만들어 팔았다'며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 소유자에게 핸들 잠금장치를 제공하도록 돕고 있다. 또 소비자들에게 유료 보안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며 "다만 해당 차량들 대부분이 오래된 차량이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비용을 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모든 차량에 전자식 이모빌라이저를 표준사양으로 장착하기 시작했다. 기아도 2022년형 제품에서 모두 전자식 이모빌라이저를 표준으로 장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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