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물품 보관소' 1.5톤...참사 흔적
부러진 선글라스…검붉게 물든 신발·옷
생존 시민 "운 좋게 살았다…마음 아파"
[서울=뉴시스]전재훈 윤정민 기자 = '가방 123개, 옷 258벌, 신발 256쌍, 기타 156개…'
1일 둘러본 경찰의 이태원 참사 관련 유실물 센터에는 그날의 처절했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물품들이 늘어져 있었다.
입구로 들어서자 참사 현장의 얼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이 종류별로 하얀 전지 위에 놓여있었다.
신발들은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보여주듯 검게 때가 타고 찌그러진 상태로 줄 맞춰 정렬돼 있었고, 다양한 색깔의 옷가지들도 주인을 기다렸다.
몇몇 신발과 옷은 검붉게 물든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인형이나 망토 등 핼러윈 분장을 위해 사용된 물품들에도 핏자국이나 흙이 묻어있기도 했다.
경찰이 지키고 있는 귀중품 테이블에는 테가 부러진 선글라스와 주인 잃은 신분증, 여권들이 진열돼 있었다.
이 밖에도 이어폰, 전자제품, 가방 등 모두 1.5t(톤)의 물건이 보관돼 있다고 한다. 이 중엔 사망자의 유품도 섞여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날부터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1층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유실물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유실물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가방 123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짝 잃은 신발 64개, 기타 전자 제품 등 156개 등이 보관되고 있다.
오전 10시20분께 이곳을 찾은 장모(21)씨는 가방을 들고 유실물 센터를 나왔다. 그는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골목 맨 아래에 깔렸는데 운 좋게 친구와 함께 살아남았다"며 "희생자분들 너무 불쌍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센터는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물건 주인들은 신원을 확인한 후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는 용산경찰서 형사과에서 별도 보관 중이다.
한편 용산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이태원사고 유실물센터'라고 적힌 현수막과 입간판을 철거했다.
'유실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일부 유가족의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태원 물품 보관소'로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