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채권거래대금 354조
2009년 1월 이후 최저치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지난 달 채권 거래 규모가 100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장내외 채권거래금액은 354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431조원)보다 77조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5조원)과 비교하면 100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채권거래 규모가 300조원대 머문 것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2019년 월간 기준으로 600조원 수준이었던 국내 채권 시장 거래금액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700조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500조원대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금리 상승과 함께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450조원대를 유지했다.
지난달 채권 발행액은 55조359억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채권 시장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채권시장은 장내거래서 올해 4월(101조원)과 5월(105조원) 100조원 넘게 거래되는 등 투자가 활발했다. 그러나 9월28일 김진태 강원지사가 레고랜드 사업의 자산유동화어음(ABCP) 지급 보증을 철회하면서 채권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고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회사채 금리가 올 들어 2배 넘게 뛰면서 회사채 시장 투자 심리도 악화됐다. 지난달 31일 신용등급 AA-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736%, 신용등급 BBB-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11.591%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연저점을 찍었던 지난 1월3일에 비해 3%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신용 관련된 일이 발생해 시장이 경색되고 거래가 잘 되지 않아 거래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조치에 나서면서 주요 채권금리가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회사채는 물론 최고 등급의 우량 공사채도 발행 연기와 유찰이 잇따르는 등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한 상황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급격하게 위축된 투자심리와 유동성 리스크 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정책 대응에 나서고, 글로벌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했다"면서도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채권투자에 대한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일련의 정부 대응책과 글로벌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 등으로 투자심리가 일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방향성 전환에 강한 확신을 갖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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