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다니던 3대 독자, 우리 손주 어떡하나"…서울 곳곳 눈물바다

기사등록 2022/10/31 16:59:00

"딸 아이 영정사진 걸기 싫어서 따로 안걸어"

"결혼 앞둔 조카가 사고 현장에 있었을 줄은"

"이제 서른셋 사촌동생…여자친구와 세상 떠"

서울 곳곳에 빈소 마련…입관식 절차 진행 중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튿날인 지난 30일 오전 서울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2022.10.3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튿날인 지난 30일 오전 서울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2022.10.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소현 구동완 박광온 윤정민 이수정 조성하 기자 = "어떻게 좀 해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 A(30)씨 모친은 "어떡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한시간 가까이 흐느끼던 그는 결국 딸을 잃은 슬픔과 삼키지 못하고 목놓아 울었다.

딸 아이의 영정사진이 걸리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어머니는 영정사진도 따로 걸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9일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로 현재까지 15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사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지역 장례식장은 유족들이 하나둘씩 도착하면서 울음바다를 이뤘다.

이날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B(16)군의 빈소가 차려졌다. B군 외할머니는 취재진에게 집안의 자랑이던 손주 이야기를 꺼냈다. 외할머니는 "과학고 다니는 너무 똑똑하고 착한 앤데 갑자기 가버렸다"며 "우리 손주 어떡하냐"고 울먹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B군 친할머니도 "3대 독자"라며 "소중한 애 하나를 데려가고 하나님도 너무하다. 눈물로 키웠다"고 통곡했다. 비틀거리던 친할머니는 B군 고모의 부축으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오후에는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 수십명이 빈소를 찾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친구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쏟았다.다. 사고 당일 학교 선생님들이 안부차 돌린 연락에 B군만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애타게 찾아 다녔지만 B군은 돌아오지 못했다.

동작구 보라매병원에 마련된 C(27)씨의 빈소는 고요한 슬픔으로 가득했다. 울다가 지친 듯 허공을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고, 슬픔 가득한 울음소리만이 이따금 적막을 깼다.

조카를 잃은 C씨 외삼촌은 "아까운 애가 갔다. 공부도 잘하고 대단했다"며 "가족들한테 정말 잘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명문대를 졸업한 C씨는 공무원에 일찌감치 합격해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사고 당일 남자친구와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변을 피하지 못했다.

조카의 비보를 듣고 부산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외삼촌은 "뉴스로 접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조카가 사고를 당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엄마가 자기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게 제일 걱정이다. 죽은 사람도 살아 있는 사람도"라고 말을 잊지 못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지난 30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2.10.3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지난 30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2.10.31 [email protected]

이날 종로구 서울대병원과 동대문구 경희의료원에도 희생자 빈소가 마련됐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희생자 유족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황망한 표정으로 어렵사리 발걸음을 옮겼다. 심하게 헝클어진 머리의 여성은 빈소에 들어서자마자 "착한 내 아들. 나는 어떻게 살라고"라며 오열했다.

순간의 사고로 소중한 조카를 떠나보낸 D씨 유족도 경희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제 겨우 서른다섯살 밖에 안 됐다"며 "엄마 일도 돕고 정말 착했다. 부모가 얼마나 앞세웠는데"라고 한탄했다.

오후께 이태원 참사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희생자 3명의 빈소가 차려졌다. 건물 지하와 2층에서 오열하는 소리가 내내 들려왔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로비로 내려오는 조문객 모습도 보였다.

희생자 E씨 사촌형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동생"이라며 "참 서른세살에 세상을 떠나기에는"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E씨는 사고 당일 여자친구와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함께 세상을 뜬 그의 여자친구는 다른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현재 서울 곳곳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에서는 입관식이 치러지는 등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톤호텔 일대 골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날 오전 6시 기준 15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26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후 맞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31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2.10.3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31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2.10.3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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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2/10/31 16:59: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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