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예방에 초점…질서 유지·안전 관리 미비"
"좁은 골목 오가는 통행로 미분리, 사태 키워"
"이태원 일대 '차 없는 도로' 인파 분산했어야"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4명이 사망하고 149명이 다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방향 통행이 분리되고 인도가 충분히 확보됐더라면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당일 이태원 일대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으며, 현장 관리를 위한 경찰 인력 137명이 배치됐다.
경비인력이 부족했다는 일각의 지적이 일자 경찰은 2017~2019년 34~90명이 동원됐던 때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인력을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경찰이 올해 투입했다고 밝힌 137명은 수사 50명, 교통 26명, 지역경찰 32명 등이다. 수사와 교통 외에 질서유지·안전관리 업무에 주력하는 지역경찰은 오히려 2019년(39명), 2018년(37명)보다 적었다.
전문가들은 경찰력이 질서유지와 안전관리보다 범죄 예방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3년 만에 야외 마스크 해제 후 이뤄진 첫 축제인데, 경찰의 사전 준비 방향이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찰이 질서유지나 시민 통제 목적으로 투입된 게 아니라 마약, 성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며 "사고 전날인 금요일에도 상당한 군중이 모였는데, 다음날인 토요일은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모일 거라는 예상이 가능했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수많은 인파에 비해 좁은 골목에서 오가는 동선이 분리되지 않은 점도 사태를 키웠다고 봤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투입 인력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태원의 여러 도로, 골목길, 술집, 음식점의 배치 등 상황을 보고 그에 따른 동선을 분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어디에 주로 군중들이 밀집될지를 예측해서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나눠주고, 상시로 관찰하면서 안내해줄 수 있는 역할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골목길을 그저 지나다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사전취재나 점검이 없었던 것 같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들이 뒤엉킨 상황인 게 문제가 됐다"며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통행로를 유도하고 안내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10만명 이상이 몰릴 것을 예상했다면 '차 없는 도로' 등으로 사람들이 다닐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사상자가 더 많이 나온 건,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못해서인데 도로 옆 인도에도 사람들이 꽉 차서 벽처럼 작용했다. 만약 녹사평역과 한강진역 인근에서 차량을 미리 통제했다면 왕복 4차선 공간이 확보돼 인구밀집도가 훨씬 낮아졌을 것"이라고 봤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을 가보면 경찰 1300명을 데려다 놔도 (공간이 협소해)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차로를 통제해 인도로 써야 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토요일 저녁이라 불법 주차된 차량부터 운행차량까지 거리가 굉장히 복잡했다"며 "이태원에 들어가는 통로에 차량을 통제해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인파를 분산시켰다면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그동안 집회·시위에 대한 관리를 중심으로 해왔으며 이외 축제나 행사 등의 밀집한 군중을 관리한 경험이 부족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참사 전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용산구청 실무자들과 용산경찰서, 관내 지구대와 이태원역장 등과 함께 핼러윈을 대비한 간담회를 3시간 동안 진행했다고 한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대규모 인파에 대비해 경찰 200여 명을 추가 배치하고, 성범죄 및 마약 범죄 방지와 위험성을 알리는 포스터를 배포하기로 논의했다.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태원역 주변 환풍구 인근에 안전 가드를 추가로 설치하고, 연합회의 추가인력을 배치해 순환 경비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인파의 원활한 통행 및 질서 안전에 관한 점검은 미비했던 셈이다.
이 교수는 "경찰이 집회 시위에 대한 관리는 잘하지만 평화로운 군중 통제나 관리 경험이 많지 않았다"며 "경찰이 범죄 목적뿐만 아니라 질서 유지 및 관리 기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대가를 치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지자체와 경찰, 소방이 사전에 협의하고 업무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핼러윈이 지역축제가 아니고 자발적 시민들의 참여라서 그렇게까지 대응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주최측이 없는 다중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관련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아울러 사람들이 운집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경찰이 통상적 위험을 예견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