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 승인과제와 규제현황' 분석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규제 특례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회를 얻은 사업 중 88%는 해외에서는 가능한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로 인해 묶여있던 사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31일 내놓은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와 규제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낡은 법과 제도에 막힌 혁신 사업자에게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대한상의는 2020년 5월부터 약 900일간 규제 샌드박스 민간 접수기구로 활동하면서 기업들의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던 공유주방, 자율주행 정밀지도 등 184개 신사업 모델이 그간 사업 기회를 얻었다.
승인과제를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37건), 공유경제(26건), 의료(23건), 에너지(20건), 스마트기기(17건), 플랫폼(15건), 푸드테크(15건), 로봇·드론(10건), 방송·통신(8건), 펫 서비스(6건), 기타(7건) 순으로 많았다. 모빌리티, 공유경제, 의료 분야에서 승인받은 과제가 전체 승인과제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승인과제의 88%(162건)는 해외에선 가능하지만 국내에서 불가능했던 사업모델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국제적 흐름과 단절돼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푸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도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활용한 대기업의 비율은 2020년과 지난해 18%대에서 올해(10월 기준) 32%대로 1.7배 늘었다.
최근에는 롯데정밀화학이 암모니아(NH₃)를 수소(H₂)와 질소(N₂)로 분해한 뒤 질소를 제거해 수소만 추출하는 설비를, SK루브리컨츠는 폐윤활유로 새 윤활유를 생산하는 신사업을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받기도 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방송·통신과 같이 대기업 중심으로 큰 투자가 이뤄지는 산업군에서도 신사업 추진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승인과제 184건 중 22%(41개)의 경우 규제개선도 이뤄졌다. 대한상의와 정부 부처는 규제 샌드박스 과제 관련 법령 정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보고서는 규제 샌드박스의 발전방향으로 ▲신속한 법령정비 ▲사업시행 조건 완화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꼽았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규제 샌드박스가 신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기업들은 해외보다는 강한 규제 환경 속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해 혁신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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