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장편소설로 '이국에서' 출간
"정치가 땅 위의 질서라면 나는 하늘에 있는 초월 영역 이야기"
1981년 등단 후 40년간 꾸준 작업..."어느새 60대 대기만성형 작가 되고파"
![[서울=뉴시스] 이승우 작가 (사진=이승우 제공) 2022.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10/28/NISI20221028_0001117264_web.jpg?rnd=20221028161025)
[서울=뉴시스] 이승우 작가 (사진=이승우 제공) 2022.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제가 소설 속 인물을 너무 괴롭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소설가 이승우(63)가 5년 만에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시대, '외부인' 황선호라는 인물을 통해서다.
장편 '이국에서'는 정치 캠프인 기린팀에서 쫓겨나듯 가상의 국가 보보민주광화국로 떠난 황선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 소설의 주인공은 어딘가 원치 않는 지역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출장이나 발령을 받아 익숙한 곳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이 겪는 실존적인 문제를 다루는 건 제 여전한 경향이죠."
소설은 제목대로 실제로 그가 이국에서 적기 시작한 이야기다. 엑상 프로방스에서 1년간 머물며 이승우는 '캉탕'(2019)과 이번 소설을 썼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문학잡지를 통해 연재한 이야기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부분이 개작돼 3년 만에 독자들을 만난다.
최근 전남 광주에 머물고 있는 이승우 작가를 전화로 만났다.
![[서울=뉴시스] 이국에서 (사진=은행나무 제공) 2022.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10/28/NISI20221028_0001117383_web.jpg?rnd=20221028173455)
[서울=뉴시스] 이국에서 (사진=은행나무 제공) 2022.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외부인…"남녀노소로 시작해 다양한 타자를 만드는 모습에서 생각하게 된 단어"
소설에서는 의도적으로 '외부인'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사용된다. 외국인이나 이방인이 아닌 외부인을 고집한 데에는 작가의 의도가 있다.
"외국인은 국경이나 국적의 의미가 있잖아요. 이방인은 언어나 문화와 관련된 느낌이 있고요. 외부인은 그보다 더 넓으면서도 섬세하게 사람을 나누는 그런 용어예요. 내부가 아닌 건 다 외부인 거죠. 그래서 나를 제외한 모두가 외부일 수도 있고 나만 외부일 수도 있는 그런 광범위하고 섬세한 사람을 규정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승우는 지나치게 세분화돼 가는 요즘 사회를 보며 '외부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남녀로 시작해 노소, 그 이후에는 다양한 개념으로 타자를 만들고 이를 외부인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았다.
소설 속 황선호는 다양한 의미에서 외부에 존재한다. 보보민주광화국에서는 타지인으로서, 자신이 속해있던 정치 캠프에서는 뇌물 스캔들을 뒤집어쓰고 도피하며 외부인이 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단절이라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타인을 외부인으로 의식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지고 그게 권장되는 분위기 같은 게 생긴 거죠."
어머니와 새로운 공동체…"다른 형태의 사랑" 이야기
"네가 원하는 일을 해라. 남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 황선호는 그 순간 새로 태어난 것처럼 느꼈다."(305쪽 중)
그는 "(황선호의) 어머니 이미지를 나름대로 공들여 썼다"며 "어머니가 아들한테, 그리고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한테 네가 원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원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황성호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도 사랑인 거죠."
소설 속 '친구들의 집'이라는 이름의 공동체도 또 다른 사랑이다. 작가는 "이념, 정치, 권력 등 환멸스러움이 느껴지는 것들에 대한 대안으로 이런 공동체를 구상해봤다"며 "정치가 이 땅 위의 질서라면 나는 하늘에 있는 초월의 영역, 정신적인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땅의 문제는 하늘을 지향했을 때 그 출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늘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승우 작가 (사진=이승우 제공) 2022.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10/28/NISI20221028_0001117385_web.jpg?rnd=20221028173622)
[서울=뉴시스] 이승우 작가 (사진=이승우 제공) 2022.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여전히 대기만성 꿈꾸는 이승우…"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작품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긴장"
'이국에서'는 이승우가 60대에 접어들고 처음 낸 장편소설이다. 1981년 등단 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작품을 써온 그는 "선배 작가들을 보며 내가 글을 쓰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금방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는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작품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 긴장이 되기도 하고 여전히 그런 작품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자신의 다음을 상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해 단편 '마음의 부력'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매해 꾸준히 중·단편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개별적 존재가 사회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여전히 전보다 조금 더 나은 걸 쓰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50대 때 누군가 저에게 대기만성형 작가라고 했는데 그런 작가가 정말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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