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이란인 한달째 연대 집회…"히잡 시위대 그만 죽이라"

기사등록 2022/10/23 16:56:47

최종수정 2022/10/23 16:59:43

23일 이태원 광장→전쟁기념관 앞 100여명 행진

이란 정부의 강경진압 규탄…200여명 희생 추정

유학생 "현지 가족 걱정…인권탄압 정부 안 된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체한이란인모임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히잡 시위 대응 이란 정부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23.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체한이란인모임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히잡 시위 대응 이란 정부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임철휘 기자 =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당국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현지에서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에 있는 이란인들도 한 달째 연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재한 이란인 100여명(주최측 추산)은 23일 오후 3시께부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 광장부터 전쟁기념관 앞까지 행진하며 히잡 의무 착용에 반대하는 시위에 강경 대응하는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란 국기 가운데 하얀 바탕에 '여성·삶·자유(Woman·Life·Freedom)'라고 적힌 긴 현수막를 선두에 세웠다. 이란 국내에서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진 희생자들의 사진도 공개했다.

"이란 시위대를 죽이는 것을 멈추라", "히잡 강요는 안 된다"는 손팻말과 함께 히잡을 쓰지 않고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했다가 실종설에 휘말렸던 이란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등장했다.

검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남녀 시위자들이 빨간 물감으로 붉게 물든 흰 셔츠를 입은 채 맨바닥에 누운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발포를 서슴지 않는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시위대를 묘사한 것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여성, 인권, 자유", "독재자는 물러가라", "이란의 자유를 위하여" 등의 구호도 외쳤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체한이란인모임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히잡 시위 대응 이란 정부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23.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체한이란인모임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히잡 시위 대응 이란 정부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23. [email protected]

국내 대학에 유학을 온 이란인 여성 A(24)씨는 가족이 이란에 남아있다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밤낮 없이 걱정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지지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란 혁명 이래) 40년 동안 많은 사람이 죽었고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이 정부를 사람들을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집회를 주최한 60대 이란인 박씨마씨는 "정권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있다"며 "아미니의 죽음을 계기로 일어섰지만 이란 국민들이 지난 40년 동안 싸워온 것은 히잡 문제 만이 아닌 자유의 문제다. 이란 사람들이 시위하는 한 우리도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인들도 참여했다. 이란인 남편을 만나 1남1녀를 둔 현정화(48)씨는 "우리 아이들이 커서 이란을 안 간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히잡의 문제가 아닌 여성 인권의 문제로 생각하고 작은 보탬이라도 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마흐사 아미니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복장 등을 단속하는 이란 '도덕 경찰'에게 구금된 지 사흘 만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체한이란인모임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히잡 시위 대응 이란 정부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23.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체한이란인모임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히잡 시위 대응 이란 정부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23. [email protected]

이란 당국은 아미니가 지병인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은 고문 때문이라며 반박했고, 곧 이에 항의하는 대대적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준 이란 내 시위로 현재까지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215명이 사망했다.

한국에 체류하는 이란인들은 지난달 25일 강남구 테헤란로를 시작으로 주한이란대사관 앞 등에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전날인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등 해외 주요도시에서도 연대 시위와 행진이 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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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이란인 한달째 연대 집회…"히잡 시위대 그만 죽이라"

기사등록 2022/10/23 16:56:47 최초수정 2022/10/23 16: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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