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만9156건 신고
스토킹 범죄의 64.2%는 강력 범죄로 이어져
전문가 "복합적 감정이 증폭되면서 범죄로 이어져"
"스토킹 범죄는 애초 살인이나 성폭행 목적이 있어"
[서울=뉴시스] 이준호 김래현 기자 = 오는 21일 스토킹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1년을 맞이하지만 스토킹 범죄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살인과 성폭행 등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사례도 지속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2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약 1년간 경찰에 접수된 스토킹 신고 건수는 총 2만9156건이다. 하루에 85.7건의 신고가 접수된 꼴이다.
신고 건수도 많지만 피해자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아 스토킹처벌법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전주환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피해자에게 불법촬영물을 보내고 350여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하는 등 스토킹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피해자는 지난해 10월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전주환을 처음 경찰에 고소했으나 이후에도 전주환은 피해자에게 여러차례 합의를 종용하는 등 접촉을 시도했다.
검찰은 지난 8월18일 결심공판에서 전주환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전주환은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달 14일 신당역에서 순찰 근무 중이던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해 충격을 안겼다.
앞서 김병찬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연인 찾아가 살해했다. 당시 피해자가 김병찬을 스토킹 행위 등으로 경찰에 신고하자 이에 분노해 살해하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이석준이 피해자가 자신을 신고하자 보복할 목적으로 흥신소를 통해 주소를 알아낸 뒤 택배기사로 위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이후 이석준은 실랑이를 벌이다 피해자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당시 13살이던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스마트 워치 신고에도 결국 살해당한 구로구 스토킹 살인 사건, 신변보호 요청까지 했던 피해자를 살해한 안산 스토킹 살인 사건 등 피해자가 살해된 스토킹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 스토킹 범죄는 성폭력 등 강력 범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법정에 선 스토킹: 판결문에 나타난 스토킹 행위의 유형과 처벌을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스토킹 관련 형사사건 148건 가운데 95건(64.2%)이 폭행이나 성폭력 등 다른 강력 범죄로 이어졌다.
법률사무소 삼정의 장윤미 변호사는 "스토킹 사건은 기본적으로 감정 문제가 녹아있고 피해자 정보가 알려진 경우가 많다"며 "그 상대방에게 본인이 거절당했다는 수치심과 관계 회복을 위해 본인이 노력한다고 착각하는 등 이런 요소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한순간 증폭되면서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하다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게 아닌 애초에 목적이 있어서 스토킹하는 것"이라며 "단순 호기심에서 스토킹하는 경우도 있지만,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을 보면 피의자는 처음부터 살인이나 성폭행 등 특정 목적이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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