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휴게소 밥값에 요소수 지원금까지…방만경영 뭇매

기사등록 2022/10/16 08:00:00

최종수정 2022/10/18 11:12:37

'휴게소 밥값 논란'에 김진숙 도공 사장 사의

밥값 상승분, 퇴직자 단체에 작년 8억원 배당

직영 휴게소선 요소수 대란에 지원금도 챙겨

국감 여야 질타…"혁신방안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한국도로공사(도공)가 '휴게소 밥값 논란'에 이어 '요소수 대란을 이용한 지원금 수수' 등 연이은 방만 경영 행태로 세간의 뭇매를 맞고 있다.

'휴게소 밥값 논란' 일파만파…김진숙 도공 사장 사의

17일 국토교통부와 도공에 따르면 김진숙 도공 사장은 지난달 23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김 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사유를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지난달 불거진 '고속도료 휴게소 음식값' 논란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논란은 휴게소 음식값이 시중 물가보다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에서 출발했다. 이에 국토부가 도공에 음식값 10% 인하를 제안했으나 도공이 '임대 수익' 등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문제가 됐다.

현재 휴게소는 도로공사가 운영업체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휴게소 운영업체는 입점업체와 계약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운영된다. 지난해 도로공사가 운영업체로부터 받은 임대료율은 매출액의 9%였다. 운영업체는 입점 매장에 평균 33% 이상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때문에 임대 수수료를 받는 도공이 이를 감당하기 위해 올라가는 밥값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결국 국토부는 도공과 김 사장 등에 대한 감찰을 개시했다. 김 사장은 이후 이틀 만에 사의를 표했다.

이에 도공 관계자는 "음식값은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거라서 저희가 개입할 수 없는 구조"라며 "김 사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휴게소 밥값 상승분, 도공 퇴직자 단체에 매년 8억원 이상 배당

그런데 이렇게 오른 휴게소 음식값이 도공 퇴직자 단체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는 지난해 자회사로부터 휴게소·주유소 등 운영에 따른 수수료로 지난 5년간 48억4000만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배당 수익은 ▲2017년 10억8000만원, 2018년 10억5000만원, 2019년 10억3000만원, 2020년 8억8000만원, 2021년 8억원씩이었다.

'도성회'는 민법 제32조에 따라 1984년 국토교통부(당시 건설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단체로, 1986년 자회사인 '한도산업주식회사(H&DE)'를 100% 출자로 설립했다.

H&DE는 서울 만남의 광장(부산방향) 휴게소를 비롯한 9곳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1곳의 주유소, 코레일 대전사옥의 카페 더블드림스, 잠실야구장 내 통빱을 운영하고 있다. 또 H&DE가 42.5%를 출자한 'HK하이웨이'는 평택(제천방향) 휴게소·주유소를 운영하고, 100% 자회사(도성회의 손자회사)인 '더웨이유통'을 통해서는 식자재마트, 할리스커피 약수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자회사를 통해 도공이 관할하는 고속도로 내 일부 휴게소와 주유소를 운영하는 도성회는 수십년간 이들로부터 연 수억대의 배당을 받고 있었다. 도성회에는 현재 2589명의 퇴직자들이 가입돼 있다. 이들이 각 5만원씩 연회비를 내고 총 8억원을 배당받았으니 1인당 평균 30만9000원(연회비의 6배)을 배당 받은 셈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일환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일환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07. [email protected]

도공 직영 휴게소 직원들, 요소수 대란 틈타 지원금까지 챙겨

게다가 지난해 요소수 대란 당시 한국도로공사 직영 휴게소 6곳의 직원들은 요소수 공급업체로부터 판매지원금을 챙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경준 의원이 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공 직영 주유소 6곳은 2021년 1월부터 요소수 1000ℓ(리터) 당 2만원 상당(ℓ당 20원)의 판촉지원금을 받기로 공급업체와 협약을 맺었다. 이들 휴게소가 현재까지 받은 포인트와 지원금품은 총 2582만원이다.

이들 주유소는 지원금으로 주유소 고객을 위한 생수 등을 구매하기도 했지만, 마스크, 소파, 혈압계, 홈트기구(로잉머신), 밥솥 수리(A/S) 등에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는 중국의 수출규제로 인한 요소수 대란으로 정부가 긴급 수급조정 조치까지 시행했던 시기다. 그런데 정작 공공기관인 도공 직원들은 관행적으로 공급업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챙긴 것이다.

이 중 한 휴게소는 공사 회계기준에 따라 수익처리도 하지 않고 휴게소 자체 기금을 조성해 9차례에 걸쳐 64만7300원을 유용하고, 지출 내역을 증빙하지 못해 지역본부로부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서 여야 질타 쏟아져…도공 "혁신방안 내년 상반기까지"

이에 지난 7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도공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나 현재의 휴게소 운영계약이 향후 5년간 계속 유지되고, 수백억의 손실도 예상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만원짜리 돈가스를 팔면 4100원이 휴게소 영업사업체 수수료이고 2000원이 도로공사에 귀속된다"며 "문제는 도로공사 퇴직자 출자회사인 도성회가 운영사업을 한다는 것인데 이게 정당하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일환 사장 직무대행은 "(도성회는) 처음 시작할 때는 제도상 정상적이었다"며 "휴게소 운영이 전체적으로 2027년도에 종료된다. 그때 전체적으로 모아서 고치겠다"고 답했다. 이어 구체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선 "휴게소 운영 혁신방안을 연구과제로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도로공사에 음식값을 조정할 권한은 있느냐'는 민홍철 의원의 질문에는 "일단 음식값은 휴게소 운영업체 소관"이라면서도 "음식값을 구성하는 원가요소가 있다. 운영 업체 부담분, 도로공사 지원분을 찾아 적정선으로 조율하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휴게소협의회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재 음식값 인하를 위한 1차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10% 인하로 인한 800억원의 손실과 관련해서는 "우리뿐만 아니라 운영업체도 고통을 분담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같은 당 홍기원 의원은 "(업체들간) 경영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800억원 손실도 도공 경영평가에서 지적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도공, 휴게소 밥값에 요소수 지원금까지…방만경영 뭇매

기사등록 2022/10/16 08:00:00 최초수정 2022/10/18 11:12:37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