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행안위·문체위 등 5개 상임위 국감 열려
'이재명 먹튀 방지법'에 행안위 여야 간사 고성
'윤석열 풍자 만화' 두고 박근혜·문재인 정부 소환
세제 개편안 지키기 나선 추경호, 야당과 입씨름
[서울=뉴시스]임종명 강주희 김재환 이지율 권지원 한재혁 조성하 이명동 기자 = 국정감사 이틀째인 5일, 국회는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5개 상임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여야는 상임위 곳곳에서 주요 현안을 놓고 공방을 벌이며 대치전을 이어갔다. 행안위와 복지위는 여야의 신경전으로 파행을 겪었고, 기재위와 문체위에서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가 도마에 올랐다.
행안위, '이재명 먹튀 방지법'에 파행 거듭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자신의 발의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일부에서 '이재명 먹튀 방지법'이라고 하는데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선거보조금 먹튀 방지법"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유죄가 될 때 언론에서 (선관위가) 434억원을 어떻게 받느냐고 한다"며 "제가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선관위에서 정당보조금을 줄 때 그만큼 차감해줘서 줘도 된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의 발언에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선관위를 상대로 국민의힘 측에서 정쟁으로 몰고 가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이유로 기소된 것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전례가 없는 정치탄압"이라고 따졌다.
그러자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관련 기관에 질의를 한 건데 이를 '정치탄압'이라고 말하면 법이 누구한테는 적용이 되고 누구한테는 적용 안 돼야 하는 것이냐"고 김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의원은 "무슨 사과를 하느냐"며 물러서지 않았고, 양당 간사는 얼굴을 붉히며 고성을 주고 받았다.
오후 2시 20분 여야의 신경전으로 멈춰선 감사는 재개됐지만 10분 만에 정회됐다. 조 의원은 "굉장히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받았다. 국회의원으로서 야당 간사께 질의를 한 것인데, 왜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고 야당에 불만을 토로했다.
복지위도 파행, 도마에 오른 尹 '아나바다'
같은날 열린 복지위 국정감사도 파행을 겪었다. 이날 복지위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의 줄임말) 질문 논란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1차 질의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세종시 어린이집을 방문하기 전 복지부가 '아나바다'의 뜻을 보고했다는 실무자료가 있다"며 "대통령이 현장 소통에서 왜 계속 실패하는지, 왜 발언에 실언이 있는지 이 보고서와 행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대통령의 뜻을 부모와 보육교사에게 '정말 수고롭구나' 하는 의미로 얘기하신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나바다를 아느냐, 모르느냐' 같은 부분을 침소봉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동료 의원이 복지부를 상대로 질의를 한 내용을 왜 품평하느냐. 가만히 계셔라"고 다그쳤고, 강 의원은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김 의원도 "지금 뭐하시는 건가.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회의장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여야의 말다툼에 정춘숙 위위원장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며 오전 11시 56분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여야는 이 외에도 전·현 정부의 복지·보육 정책을 두고 서로 책임론을 제기하며 오후 감사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문체위,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 문화에 여야 설전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진행한 문체위 국감에서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만화를 놓고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야당은 전날 문체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명하는 보도자료를 두 차례 낸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언론 탄압에 이은 문화 탄압"이라고 문체위를 압박했다.
김윤덕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다시 떠오른다"며 "예술인들에게 경고한 문체부를 더 엄중하게 경고한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지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임오경 의원은 "학생의 상상력으로 그린 풍자화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라고 질타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일 잘하는 이XX'라고 적힌 피켓을 책상 위에 세웠다가 제지를 받자 "이것도 표현의 자유에 관한 차별이냐"고 반문햇다.
반면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3월 외신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보도하자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기자의 이름과 개인 이력을 공개하고 비판이 거세지자 삭제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소환해 역공을 펼쳤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윤 대통령 풍자 만화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한다"면서도 "작품 심사 선정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색채를 빼겠다고 해놓고서, 그 조항을 삭제하고 공모했기 때문에 저희가 문제 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위 "부자 감세" VS "모두 혜택 받아"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야당의 대결이 펼쳐졌다. 추 부총리는 야당이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편안을 '부자 감세'로 몰아 붙이자 "대기업을 부자로 보는 프레임부터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인세 개편안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감면 폭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추 부총리는 "주주가 600만명에 달하는 대기업도 있는데 이는 어느 한 개인의 기업이 아니다"라며 "(법인세를 인하하면) 결국 투자를 늘리고 세수에도 선순환이 나온다. 다 국민에게 돌아가고 2~3년 뒤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한번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제 개편안으로 대기업은 10%, 중소·중견기업은 12%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 부총리의 주장에 여당 의원들도 발을 맞추며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다 감세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초대기업 편향 세제개편안'이라며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감세 기조를 사례로 들며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낙수효과를 기대하신다는 건데, 하버드대 교수들도 '감세 성장은 사기꾼 감언이설, 가짜 만병통치약'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환노위 국감 최대 쟁점인 '노란봉투법'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환노위의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는 야당이 추진하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과 문재인 정부에서 작성된 '공영방송 블랙리스트'가 테이블에 올랐다. 특히 여야는 노란봉투법을 두고 각각 노동자 권리 보장, 기업 활동이라고 주장하며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에서 불법 파업이 발생했는데 불법파업 시 근로 손실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며 "헌법상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노동자 권리 보장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노란봉투법을 놓고 왜 왈가왈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장관의 소신이 바뀐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이 장관을 질타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계기로 입법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은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게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법 개정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영계와 야당은 불법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이중구조 문제를 포함해 법 제도가 규율하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본다"면서도 "노조법 한 두개만 건드려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