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와 관련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개최하면서 문체부의 승인사항을 결정적으로 위반했음을 확인했다"며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4일 보도 설명자료에서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만화영상진흥원은 당초 승인사항을 결정적으로 위반해 공모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문체부 후원명칭 사용승인에 관한 규정 제9조제1항 '승인한 사항을 위반하여 후원명칭을 사용한 것'에 해당하는 승인 취소 사유다. 향후 문체부는 규정에 따라 신속히 관련 조치를 엄정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후원명칭 사용승인 요청시 만화영상진흥원이 제출한 공모전 개최 계획은 ▲작품의 응모자가 불분명하거나 표절·도용·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응모요강 기준(규격·분량)에 미달된 경우 ▲과도한 선정성·폭력성을 띤 경우를 결격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영상진흥원의 실제 공모요강에서는 이같은 결격사항이 누락됐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심사위원에게 결격사항이 미공지되었음을 확인했다. 미발표된 순수창작품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되지 않았음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작품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수상한 고등학생의 '윤석열차'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서 전시됐다. 이 그림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를 김건희 여사가 기관차에서 조종하고 있고, 뒤이은 열차에 법복을 입고 칼을 든 사람들이 타고 있다. 그림 앞부분에는 달리는 기차에 놀라 달아나는 시민들의 모습도 담겼다.
해당 작품이 논란이 되자 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 수상작 전시는 기존에 해왔던 것이고, 카툰 부문의 경우 정치적 풍자 성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상작 선정은 진흥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랜덤 추천으로 외부 심사위원들이 맡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문체부는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행사 취지에 어긋나게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신속히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해 논란이 재점화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당 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으며 행사의 후원명칭에 문체부가 사용되고 있다"며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이 있다는 이유로 문체부가 공모전의 해당 작품 선정 자체를 문제삼겠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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