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타이틀 잡았지만 장비·서비스 생태계는 부실
정부, 6G에선 기술 투자 집중…서비스 발굴 동시 추진
취약한 소부장 생태계 선도전략도 시급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정작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에 국산 부품이 별로 없다. 6G에서는 초기 개발단계부터 강건한 생태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6G 개발 논의가 본격화된 건 5G가 상용화된 2019년부터다.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가 첫 발을 떼자마자 다음 세대로 시선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듬해에는 연구개발 전략(R&D)을 제시했고, 현재는 5G에 이은 ‘세계 최초 6G’ 타이틀을 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최초’ 타이틀에 함몰돼 정부가 또다시 조급증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공존한다. 5G 상용화 4년차인데 불구하고 아직 전국망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데다 품질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정부와 이통사 모두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점을 앞세워 5G 상용화와 보급에 급급했던 게 차세대 통신망에 대한 기대심리를 꺾은 패착으로 꼽힌다. 이용자들이 실제 체감 속도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장비 시장 주도권을 해외에 내주면서 상용화 시점만 앞당겼을 뿐 실익을 챙기지 못했다는 점 또한 실책으로 거론된다.
장비는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 등이 LTE에 이어 5G에서도 여전히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유일한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의 장비조차 뜯어보면 내부 속 부품들의 외산 비중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비를 구성할 중소·중견 기업의 부품이 뒷받침하지 못해서다.
통신장비 글로벌 인지도 ↓…SW 부품 경쟁력 취약
이에 반해 5G 통신장비의 글로벌 인지도가 선도기업에 비해 낮고 취약한 핵심 소프트웨어 및 부품 경쟁력은 약점요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통신장비 산업 기반이 미국, 중국, 스웨덴, 핀란드 등 장비사를 보유한 글로벌 주요국 대비 미흡하다는 것이다.
통신장비 산업의 R&D·설계 단계는 주요국에 비해 가치사슬 단계 전반에서 경쟁 우위가 다소 낮았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광통신, 모바일 코어 등의 네트워크 관련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으로 평가된다.
'속빈 강정' 5G 전철 밟지 말아야
업계에선 속도보단 내실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6G R&D 기획단계부터 산업 생태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통신장비 시장은 소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자체 R&D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 핵심 5G 통신장비와 운영소프트웨어, 통신 반도체, 광통신 부품 등 후방산업 분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R&D 초기부터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민간 기업들이 공동 참여하고, 표준화 착수 이후 민간기업 주도로 상용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G는 THz(테라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데, 아직 이에 맞는 부품이 나오지 않아 선도적으로 이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기술 측면뿐 아니라 서비스 생태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5G 준비 당시에는 네트워크 기술 개발 이후 융합 서비스를 마련하다 보니 초기에는 단말을 중심으로 서비스했던 LTE 대비 이렇다 할 진전을 나타내지 못했다. 6G에서는 기술개발과 함께 응용 서비스 및 서비스 모델 개발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핵심 분야별 기술요구 사항 정립과 함께 요소 기술 설계 등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6G는 초기부터 서비스 개발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핵심 장비와 부품 국산화를 위한 기반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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