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리다 만 듯한 그림이 '요즘 그림'으로 뜨고 있다.
극사실화나 추상화도 아닌, 정형화된 틀을 깬 자유로움이 돋보인다. 고인이 된 유명 낙서화가들의 그림은 양반이다. '이게 끝?'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덜 끝낸 느낌이다.
'요즘 그림' 선두에 유현경(37) 작가가 있다. 현재 서울 강남 화랑 2곳에서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개인전을 열고 있다.
대체 무슨 마력일까?
"컬렉터들에 얼마나 인기가 있는데요."
유현경의 개인전을 연 이길이구 갤러리와 호리아트스페이스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눈치다. "어떤 장르에도 귀속되지 않고 독자적 조형미를 구축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강한 그림"이라고 평했다.
상업화랑 두 군데서 선택할 정도니 '인기 작가'라는 것은 증명된 셈이지만 '미완성의 미학'은 감정의 여백을 남긴다.
그림만 보면 외국 작가 스타일이다. 유현경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05년부터 외국을 떠돌았다. 올해 독일 베를린에 머물기까지 취리히 런던 티치노 아르헨티나 뉴욕 등 총 스물한 번의 작업실을 이동했다. 2009년 서울 시립미술관 Sema의 지원으로 개인전을 시작했다. 2019년 제8회 종근당 예술지상 수상, 2022년 포브스코리아 2030 파워 리더 20인에 선정된 바 있다.
그림 특징은 빠른 속도의 붓질로 대상을 감싸고 있는 상황, 관계의 내적 정서를 드러낸다. 여과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작가적 충동감 긴장감이 배인 그림인데 '묘하게 끌리는' 인물화와 풍경화다.
이길이구 갤러리, '유현경 그림'
이번 전시에는 인물화와 풍경화가 고루 선보인다. 풍경과 자연적 요소들을 머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속필로 빠르게 손으로 그려내면서 뭉개진 듯 표현되는 작가 특유의 화풍으로 작가주의적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은 "미완으로 마감한 듯한 붓질, 캔버스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과감한 여백 처리, 눈에 띄는 이야기가 결여된 화면들, 동양화처럼 큰 붓질이 각인시키는 그림의 첫인상, 작품하고 연결되지 않는 어떤 문장이 긴 작품 제목 또는 전시제목은 다소 정형화되어 있는 회화의 틀과는 전혀 다른 점 들"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10월15일까지
호리아트스페이스, 유현경 인물화전 ‘그림, 만나는 방법 하나’
김나리 대표는 "어떤 작품은 그리다만 것 같기도 하고, 얼핏 미완성은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들게 합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층위의 긴장감까지 붓질에 그대로 옮겨진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고 소개했다.
"누구를 그렸거나, 한 인물을 몇 번 그린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굴 묘사 역시 거의 생략되어 추상화처럼 보이는 작품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미완성은 결코 아닙니다. 눈과 코, 입으로 표정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화의 진경산수화처럼, 형상 너머의 내재된 감정선에 충실한 그림입니다." 전시는 10월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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