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주헌, '빅마우스' 최고빌런…"죄책감 한번도 안느꼈죠"

기사등록 2022/09/22 08:00:00

김주헌
김주헌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김주헌(42)은 MBC TV 종방극 '빅마우스'에서 최고의 빌런으로 활약했다. 검사 출신 구천시장 '최도하'로 분했는데, 초반부터 서사를 쌓아가며 감정을 절제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욱이 결말을 급하게 마무리, 짧은 시간에 표현해야 해 아쉬움도 컸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의 중심을 잡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동안 연극무대에서 쌓은 내공이 빛을 발했다.

김주헌은 "사실 너무 힘들었다. 일단 도하는 참아야 했는데, 몇 부부터 본색이 나오는지 예측이 안 되지 않느냐"면서 "일부러 처음에 말을 약간 느릿느릿하게 했다. 모니터하며 '내가 이렇게 느리게 했나?' 싶더라. 답답했지만 애초에 캐릭터를 잡고 갔다. 안개, 늪 속에 있는 이미지를 계속 생각했다. 언제 도하가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참고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털어놨다.

"도하가 자신의 성격을 드러낼 때 불규칙함을 넣으려고 했다. 불규칙에서 오는 묘함, 공포, 불쾌함이 있다"며 "오충환 PD가 '이제 형이 하고 싶은 거 한 번 해보세요'라고 했을 때 시동 걸리는 순간은 조금 길었지만 어느 순간 편했다. 불규칙하게 내가 원한 걸 해볼 수 있었다. 사실 후반에 길지 않은 회차에서 액기스만 보여줘야 하는 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드라마는 승률 10% 생계형 변호사 '박창호'(이종석)가 우연히 맡은 살인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천재사기꾼 빅마우스가 되는 이야기다. 1회 6.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16회 13.7%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은 높았지만, 결말 관련해서는 혹평이 많았다. 마지막회에서 미호는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고, 창호는 방사능 폐수로 도하를 죽였다. 일부 시청자들은 '도하가 합당한 벌을 받지 않고, 너무 쉽게 간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배우들은 극본을 보고 더 확장해서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악을 처단하는 방법으로 안 되는 것도 많아서 충분히 이해한다. 일단 극본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시청자를 이해시킬까?'가 먼저였다. 그런 부분에서 '표현이 조금 적었나' '내가 좀 더 치열하게 다가갔어야 했나' 싶다."

김주헌은 시청자들에게 욕 먹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인스타그램에 '마음껏 욕하세요. 괜찮아요'라고 적은 이유도 있다. "14부때쯤 그 글을 올렸다. 많은 분들이 분하고 화가 날 텐데, SNS에 도하 사진을 올려놓고 여기 와서 욕 해 주길 바랐다. '여기서 푸시고 마음껏 욕하고 계속 갖고 가세요'라는 마음이었다"며 "(부인) '현주희'(옥자연)를 데리고 나갈 때 시민들이 계란을 던지는데, 피켓 중에 '네가 폐수 다 마셔라'가 있었다. 결국 온몸으로 폐수를 다 마셨는데,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을 못했다. 엮어서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세상에서 미운 욕은 다 먹지 않았느냐. 마지막 방송 후 슬프고 외롭더라"면서 "동료배우들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 올리고 '지금까지 감사합니다'라고 남기는데 나는 못하겠더라. 이 시점에 올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도하를 연기하면서 죄책감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야 연기하기 편한데, 그때 쯤에는 너무 외롭더라"고 했다.

김주헌은 시장 역을 맡았지만 정치 소재 영화를 찾아 보거나, 실존 인물을 참고하지 않았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인물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직업적인 부분보다 '심리게임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며 "밑에 있을 때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등 관계성에 더욱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도 불렸다. 초반에는 최시장의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 몸을 키웠고, 후반부로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만큼 다이어트하며 날카롭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빅마우스는 '엔딩 맛집'으로 불렸다. 전개가 빨랐을 뿐 아니라, 다음 회가 궁금하게끔 만들었다. 주위에서는 '대체 빅마우스가 누구냐'는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1~5부 극본을 받고도 다음을 예측하지 못했다. 전반에는 빅마우스가 누군지와 관련해 호기심으로 이끌어갔다"며 "빅마우스는 상징성이 더 중요했다. '노박'(양형욱)이 빅마우스라고 했을 때 다들 안 믿더라. 작가님네 가서 선배님이랑 같이 봤는데, '내가 빅마우스인데 왜 안 믿는거야'라고 하더라"면서 웃었다.

한 번쯤 내가 '빅마우스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은 없을까. "한 번도 안 했다"며 "오 PD님이 미팅 때 '형이 최대 빌런'이라며 '끝판왕 보스가 될 것'이라고 하더라. 근데 '빅마우스는 아닙니다'라고 했다"며 "현장에서도 다들 빅마우스가 누구인지 추리했는데, 아무리 봐도 나는 아닌 것 같았다. 후보로 윤아씨도 있었다. 후보가 너무 많아서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고 짚었다.

김주헌은 2007년 연극 '갱스터 no.1'으로 데뷔해 10년간 실력을 갈고 닦았다. 드라마 '남자친구'(2018~2019)로 상업매체 연기를 시작했다. '60일, 지정생존자'(2019)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사이코지만 괜찮아'·도도솔솔라라솔(2020)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2021~2022) 등에서 활약했다. 이미 차기작도 확정한 상태다. 서숙향 작가의 '별들에게 물어봐'에서는 우주비행사로 변신할 예정이다. 내년 방송하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예전에 연극할 때 캐릭터 분석하면서 너무 논리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근데 인간은 논리적이지 않다.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논리적으로 보게 돼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남들은 물음표가 뜨는 게 해결되더라. 무대에서 많이 경험했다. 원래 코믹연기, B급 감성을 정말 좋아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떻게 재미있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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