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 미만 일해 업무 관련성 기준 미달
근로복지공단, 산재 거절했지만 법원 뒤집어
"특성상 수시로 업무…직접관련 없어도 인정"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법정근로시간 미만으로 일하다 숨진 근로자에 대해 산업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업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7부(부장판사 정상규)는 최근 40대 증권사 직원 A씨의 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한 외국계 금융센터 지점에서 금융상품 매매, 상장법인 고객 관리 등 자산관리 영업을 담당하던 A씨는 2020년 10월12일 어지럼증과 구역질을 느껴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진료 결과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 뇌출혈이 발견된 A씨는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되면서 같은 해 10월19일 결국 사망했다.
이후 유족은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재해를 주장하며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A씨가 병원에 입원한 당일 전날에 쉬었고, 입원 전 1·4·12주 평균 업무시간이 업무 재해 관련성 인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 점, A씨의 흡연 이력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A씨가 입원 전 일주일간 일한 시간은 평균 32시간4분, 4주 평균 30시간12분, 12주 평균 32시간12분으로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질병의 과로 및 스트레스 인정 기준에 따르면, 발병 1주일 이내 업무량·시간이 발병 전 12주 간(발병 전 1주 제외) 평균보다 30% 이상 많아야 한다.
법원 감정의 역시 A씨 사인이 '지주막하 뇌출혈'에 따른 패혈증으로, 발병 원인이 흡연이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가 맡은 고객관리 업무 특성상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수시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봤다. 공단 측이 산정한 근로시간이 실제 일한 시간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유족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2020년 1~6월 실적 부진으로 1200원~1500원 정도 성과급을 받았지만 같은 7월부터 거래량 증가로 7월 164만원, 8월 282만원, 9월 458만원, 10월 399만원을 받은 사실 등을 근거로 업무량 증가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흡연을 발병 원인으로 지목한 부분에 대해서도 "질병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과 겹쳐 질병을 유발·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닌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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