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취약층·세입자 4명, LH 사장 지원 기자회견
LH, 지난달 김현준 자진 사퇴로 사장 공모 진행
공모 지원자들 "국민 주거 수준 향상 위해 나서"
"쪽방촌 공공주택 전국 확대…청년 주거 정책도"
[서울=뉴시스]전재훈 윤정민 기자 = 쪽방촌, 고시원, 반지하 거주자 등 주거취약계층 4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 공모에 직접 지원했다. 이들은 "답답해서 지원했다"고 밝혔다.
주거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11곳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앞에서 '주거빈곤·세입자 당사자들, LH공사 사장 공모 지원'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전했다.
LH는 지난달 자진 사퇴한 김현준 사장의 후임을 정하는 인선 작업에 착수, 지난 14일 임원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신임 사장 선임 방식과 일정을 확정했다. 사장직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34조 등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토지·도시·주택분야 전문가면 지원 가능하다.
기지회견 사회를 맡은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LH가 제대로 일했다면 폭우로 인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주거 재난을 겪은 세입자들, 주거취약 당사자들이 국민 주거 수준의 향상을 위해 직접 출사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LH는 국민들의 주거 생활 향상을 위한 중요한 공공기관이다. 주택 복지 향상을 위한 대표 공공기관에 시장주의자들이 임명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지원에 나서는 주거 취약 당사자들은 공모 서류를 꼼꼼히 갖췄다. 비록 탈락하더라도 LH가 공공주택을 확대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 공모 지원 의사를 밝힌 쪽방촌 주민, 고시원 거주자, 반지하 청년 세입자, 공공임대주택 대기자 등 4명은 LH의 주거 복지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재혼(62)씨는 용산역 텐트촌 강제 철거 피해자다. 그는 "텐트촌 철거와 화재 이후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긴 뒤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했는데, 입주 대기자 예비번호를 630번대로 받았다"며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서 주거취약계층이 고시원이나 텐트 같은 곳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해야 한다. 지금 안 되고 있는 것부터 고치는 게 사장의 역할이다.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나"라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인 백광헌(64)씨는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 추진하고 싶어 LH 사장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LH가 동자동 쪽방촌을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해 이 자리에 건설되는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2021년 마친다고 했던 지구지정은 감감무소식이다"라면서 "흔들림 없이 진행되는 선이주, 선순환의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봉사하겠다"고 했다.
박도형(24)씨는 반지하 거주 세입자다. 그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전전하는 청년들을 위한 주거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장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날 중으로 이메일을 통해 LH에 사장 공모 지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LH 신임 사장 후보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 설계를 주도한 김경환 전 서강대 교수와 윤 대통령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공약을 설계한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심교언 건국대 교수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