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품 말고도 고추·오이 등 채소류 가격 최대 80%↑
농심 라면 가격 인상 방침에 동종업계 줄인상 가능성
원유가격 인상 논의 본격화…외식물가 자극 밥값 부담
내달 물가 정점 봤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예고돼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추석 연휴 이후에도 서민들의 물가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 흐름이 다소 누그러들 것이란 기대와 달리 농산물 가격 급등세 속에 라면과 우유 등 식료품은 물론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등에 따르면 9월 주요 농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상당 부분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배추와 무, 양파, 마늘, 감자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뛴 가운데 청양계풋고추, 오이맛고추, 백다다기오이, 취청오이, 파프리카(빨강), 애호박 등 채소류 도매가격이 최대 8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식·재배면적이 작년보다 줄고, 여름철을 지나면서 고온다습한 날씨 영향으로 병해충이 발생하며 수확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제주와 남부지역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가격 관측에 반영되지 않았다. 1만5000여㏊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만큼 가격 상승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농산물 뿐 아니라 라면과 과자, 유제품 등 식료품 가격도 인상을 앞두고 있다. 농심은 15일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 팔도는 다음달 1일부로 대표 상품인 팔도비빔면, 왕뚜껑 등 라면 가격을 평균 9.8% 올린다. 동종업계인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라면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추석 지나고 원유 가격을 인상을 위한 유가공업체와 낙농단체 간 협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낙농가는 생산비 증가에 따른 원유 가격 인상을 강하게 요구한 상태다.
원유 가격 인상에 합의하면 이르면 다음 달부터 흰 우유 가격이 ℓ당 300~500원 인상될 수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은 버터와 치즈, 생크림 등 유가공제품의 가격 상승은 물론 빵, 아이스크림 등의 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산물과 식료품 가격 상승은 가뜩이나 높은 외식 물가도 자극할 수 있다. 무섭게 치솟던 물가는 지난달 올해 들어 처음 오름세가 주춤했지만 외식 물가는 8.8% 오르며 1992년 10월(8.8%) 이후 거의 30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김밥 평균 가격은 3000원(3046원)을 넘어섰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 등의 밥값 부담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정부는 당초 추석 이후인 이달 말 또는 다음 달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휴 전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현재로 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달하지 않을까 본다"며 "그 이후에는 수준이 조금 높지만 조금씩 안정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관측이 맞아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물가와 밀접한 공공요금도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14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전력은 10월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을 킬로와트시(㎾h) 당 4.9원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 10월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기준연료비가 4.9원 상승하면 4인 가구 전기요금 부담은 월 평균 전력 사용량(307㎾h)을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504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오른다.
가스요금도 10월부터 정산단가가 MJ(메가줄) 당 2.3원으로 0.4원 오른다. 여기에 국제 천연가스 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인상 논의도 진행된다.
택시요금도 서울시가 내년 2월 2월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기존 대비 1000원 인상해 48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가 기본요금 인상을 확정하면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제유가 하락, 정책효과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전월 대비 하락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조금이나마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며 "물가·민생 안정을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