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피해 온 고려인 동포, 한국에서 보내는 첫 추석...전쟁 빨리 끝나길"

기사등록 2022/09/10 09:31:09

최종수정 2022/09/10 10:31:13

올 초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한국 들어온 유빅토리아씨

남아있는 친구들 향해 "용기 내서 버티자"는 마음도 전달

[수원=뉴시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유빅토리아씨(사진 왼쪽)의 모습. (사진=유빅토리아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유빅토리아씨(사진 왼쪽)의 모습. (사진=유빅토리아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변근아 기자 =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길 소망하고 우리 가족들도 항상 건강하길 바라요."

올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 유빅토리아(22)씨가 이번 추석을 맞아 빌고 싶은 소원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국립경제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를 우등으로 졸업한 뒤 취업에 뛰어들 예정이었던 유씨는 갑작스럽게 터진 전쟁을 피해 지난 3월 한국으로 오게 됐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비자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서 폴란드로 넘어갔다가 루마니아로 한 차례 더 이동한 뒤에야 겨우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씨는 "처음 전쟁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듣고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계속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주변 EU 국가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16시간씩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다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온 한국에서 부모님과 남동생을 무사히 만날 수 있게 돼 기쁘긴 했으나 우크라이나서 대학을 졸업한 뒤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던 유씨로서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컸다.

한국을 처음 와 이곳의 문화, 음식 등 모든 것에 새롭게 적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어를 알지 못했던 그녀는 새롭게 가나다부터 배워 나가야 했다.

다행히 가족과 주변 이웃들의 도움으로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 와중에 유씨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났다.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높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해 자신의 전공을 살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한국에서는 모든 상황이 달랐다.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어려운 그녀가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손을 내민 것은 수원출입국·외국인청과 사회통합지역협의회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고려인 동포 정착을 지원하는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의 도움을 받아 지난 8월 김춘호 사회통합지역협의회장이 대표로 있는 ‘위너스오토메이션’에 취업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유씨는 "아직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도움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유빅토리아씨가 회사에서  담당할 업무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수원출입국·외국인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유빅토리아씨가 회사에서  담당할 업무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수원출입국·외국인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한국에서 6개월 가까이 있으며 취업도 하고 조금씩 한국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유씨는 이제 어느덧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이 시기 연휴가 없어 한국에서 추석을 지내는 것이 처음"이라면서 "추석에는 가족들과 고향에 내려가 함께 지내면서 조상들에게 감사해하는 날로 알고 있는데 처음 맞는 추석 고향은 아니지만, 가족들과 함께 용인 한국 민속촌에 놀러 가 한국 문화도 즐겨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유씨는 우크라이나에 아직 남아있다는 친구들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유씨는 "전쟁이 일어났지만, 아직 친구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남아있어 매주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면서 "지난주에도 친구가 키이우 쪽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고도 하던데 이번 추석 가능하다면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소원을 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을 향해서도 "곧 전쟁이 끝나고 우리끼리 서로 도와가다 보면 우크라이나도 금방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용기 내서 계속 버티자"는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에서 가족들과 새롭게 정착해 생활하면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회사까지 취업해 다닐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앞으로도 회사 생활에 집중하고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현재 경기도도 내 유씨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들어온 고려인 동포는 15가구다.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은 사회통합지역협의회 및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 기관인 화성외국인복지센터, 공도다문화센터 등과 함께 이들의 취업·의료·한국어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고려인 동포에게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직원들이 모든 200만원을, 주거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가구에는 사회통합지역협의회가 월세 보증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해 전쟁을 피해 입국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에 정착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나갈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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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피해 온 고려인 동포, 한국에서 보내는 첫 추석...전쟁 빨리 끝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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