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포항지진의 학습효과?…'힌남노' 피해복구 민·관 협력의 진화

기사등록 2022/09/10 06:00:00

최종수정 2022/09/15 22:47:30

'17년 포항지진 보다 힌남노 피해 초기 대응 더 위기

폭우에 동행정센터 침수 등 행정 대응 시스템 무력화

지진 경험이 컨트롤타워 재정비 등 민·관 협력 강화

복구 인력수, 지진 44,000/6개월 : 힌남노 15,000/3일

[포항=뉴시스] 8일 자원봉사자들이 태풍 힌남노의 피해를 입은 포항 남구의 한 농가주택에서 복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포항시자원봉사센터 제공) 2022. 09. 08.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8일 자원봉사자들이 태풍 힌남노의 피해를 입은 포항 남구의 한 농가주택에서 복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포항시자원봉사센터 제공) 2022. 09. 08.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임재현 기자 = 추석 명절을 눈앞에 둔 지난 6일 포항을 강타해 사망 9명, 실종 1명의 인명피해를 낸 11호 태풍 힌남노. 9일 그 피해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5년 전 포항지진 피해 당시의 경험이 자원봉사 활동 등 민·관의 재난 극복 협력체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와 자원봉사센터 등 이번 태풍 피해 복구에 참여 중인 관계자들에 따르면 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는 지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가 뒤흔든 포항 유발지진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지자체와 자원봉사단체가 초기에 대응하는데 훨씬 더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포항지진은 주로 북구 흥해읍과 장성동 등 지진의 진앙지였던 포항지열발전소 인근 지역에 집중적 피해를 입혔다. 이에 비해 이번 태풍의 피해는 오천읍, 구룡포읍, 동해면, 장기면 등 남구 대부분의 지역으로 피해 범위가 더 넓었다.

재난의 유형이 비 피해인 점도 초기 대응을 더 어렵게 했다. 남구 동해면에 6일 오전 5~6시 포항 최대 시우량을 기록한 116.5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청림동행정복지센터는 2층까지 침수되는 등 일선 행정기관의 전산망과 업무 체계가 일시에 무력화됐다. 읍·면·동 공무원들에 의한 피해 현황 보고가 구청을 거쳐 시청으로 이어져 대책이 다시 하달되는 행정 시스템이 초기에 일시 정지된 것이다.

이번 피해는 자칫 재난 초기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뻔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민·관·군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포항지진 당시와 비교해 피해지 투입 인력 수 등 여러 면에서 개선된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이재민 구호와 피해 주택 복구에 결정적인 기능을 하는 인력 투입 체계다.

포항시와 자원봉사센터는 자연재해 종료 시점인 6일 당시 자원봉사·후원희망자접수창구를 즉각 개설했다. 이를 통해 전국 자원봉사자의 현장 참여와 금품 기부가 시작됐다. 포항지진 당시는 재해 발생 3일 뒤인 11월 18일 접수 창구가 개설됐다.

포항시자원봉사센터 공식 집계에 따르면 8일 하루만 군 4800명, 자원봉사 3400명, 공무원 730명 등 모두 8930명(비공식 집계 포함 9300명)이 피해 복구에 투입됐다. 포항지진에는 사태 발생 후 6개월 간 인력수가 모두 4만4000여명 기록됐다. 이번 힌남노 피해에는 6일부터 3일간 자원봉사자 4875명을 포함해 이미 민·관·군 1만5000명이 참여했다.

이상섭 포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이번 태풍피해가 추석연휴 기간과 겹쳐 당초 자원봉사 인력 확보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우려됐지만 결과는 의외였다"면서 "시와 센터가 지진피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태풍 예보에 대비해 경북도를 비롯한 전국 조직과 대응 체계를 정비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포항센터는 지난달 30일 재난 상황을 가정한 통합도상훈련을 마쳤다. 읍·면·동 자율방범단과 방재단 등의 가용 자원을 피해현장에 신속히 접근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한 것이다. 이로 인해 6일 태풍이 종료되자 경북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이날 자원봉사통합지원단을 설치해 가동하고 7일에는 전국센터와 협력해 자원봉사 참여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었다.

과거 지진 사태 초기에 곳곳에서 잡음을 낳았던 시행착오도 개선이 뚜렷했다.

당시에는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에게 급식이 차질을 빚어 고충을 더 키웠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이재민들의 구호소 곳곳에서 인증샷을 셀카로 찍어 지인들에게 보내는 등 부주의로 빈축을 샀다. 전국에서 버스를 빌려 단체로 몰려 온 자원봉사단체와 성·금품 기부자들은 기념사진만 찍은 뒤 서둘러 돌아가는 무성의함을 보이기도 했다. 포항시에 생수, 통조림, 의류 등 기업의 갖가지 구호품이 쌓였다. 하지만 상당 수는 식품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아예 지난 경우도 많았으며 시중 유통이 어려운 저품질의 제품도 상당했다.

이에 포항시와 센터는 물품 기부 신청이 접수되면 유통기한과 물품 종류는 물론 품질도 엄격히 확인하고 자원봉사 신청자에 대해서는 현장 투입에 앞서 행동 요령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이상섭 사무국장은 "구호 참여자들의 업무 효율은 고통에 빠진 이재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5년전 포항지진의 경험이 이번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한 거울이나 다름 없는 만큼 민·관이 협력해 이재민들의 피해를 하루라도 빨리 복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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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포항지진의 학습효과?…'힌남노' 피해복구 민·관 협력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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