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가격 협상 우위 위해 韓 견제·中 거래 확대
中 기술력 무시 못할 수준…중장기적 위협 우려
[서울=뉴시스]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신규 납품처로 중국 기업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를 추가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14 시리즈와 보급형 모델(SE 3세대)에 YMTC의 128단 낸드플래시도 사용할 방침이다. 애플은 그동안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낸드플래시를 조달해왔지만, YMTC의 가세로 한국 매출 의존도는 더 낮아지게 됐다.
애플이 YMTC와 손 잡은 이유는 메모리 조달처를 다변화해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납품 단가를 낮춰 원가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메모리뿐 아니라 아이폰에 들어가는 패널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서 주로 공급받는데 중국 BOE도 협력업체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YMTC의 기술력을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의미도 된다.
YMTC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근 중국 정부와 자국의 '애국 소비'를 발판 삼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트렌드포스 지난 2분기(4~6월) 기준 삼성전자(33.0%), SK하이닉스(19.9%)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중국을 포함한 기타 업체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 4.4%에서 2분기 5.6%로 확대됐다. 업계에선 '반도체 굴기'를 표방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자립화에 노골적인 딴지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도 YMTC는 기술력을 쌓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올해 말 세계 최초로 232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을 밝혀 업계를 놀라게 했다. 낸드플래시는 레이어(단)을 많이 쌓을수록 저장능력이 커지는, 이른바 '적층'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단 낸드 양산에 성공 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YMTC의 기술력이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간 낸드 기술력 차이는 약 2년으로 아직 수율이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리 기업의 우위가 예상되는 분야가 많지만 갈수록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