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추석 이후 11.3% 라면가 인상 발표 후 팔도 내달 9.8% 인상 결정
오뚜기·삼양식품도 추석 전후로 인상 나설 듯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라면 업계의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라면의 주재료인 소맥과 팜유 가격이 크게 오르며 가격 인상 압박이 한층 가중되자 주요 업체들이 2년 연속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 농심이 추석 연휴 이후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11.3% 인상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뒤를 이어 팔도도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9.8% 인상키로 했다. 추석이 끝난 후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뒤를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민 음식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온 라면 업계가 2년 연속 인상에 나선만큼 추석 이후 밀가루를 주 원료로 하는 제품군의 인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8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달 15일부터 라면 26개 제품에 대한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또 다시 제품 가격을 올리는 셈이다.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약 820원으로 오르게 된다. 농심은 국제 곡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압박이 심화돼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농심의 제품 가격 인상에 팔도가 움직였다. 팔도는 10월 1일부로 라면 12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요 제품의 인상폭은 공급가 기준 팔도비빔면 9.8%, 왕뚜껑 11.0%, 틈새라면빨계떡 9.9% 등이다.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추석이 끝난 직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제 곡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팜유, 포장재, 운송비 상승 영향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13년 4개월 만에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을 평균 11.9% 올린 바 있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가격을 올렸다.
올해 소맥과 팜유 가격 상승은 제품 가격 인상을 상회한다. 사실상 시기의 문제일 뿐 제품 가격 인상이 유력한 분위기지만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좋았다는 점이 인상 시기를 결정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뚜기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7893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 32%올랐다.
삼양식품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삼양라면,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13개 브랜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평균 6.9% 올렸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양식품도 2분기 실적 때문에 장고 중이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압박이 심화됐지만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가 '실적도 좋은데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는 식의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 인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 2분기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2553억원, 영업이익 2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73%, 92% 증가했다.
일각에선 라면업계의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라면도 가격을 인상했다는 인식 아래 가공 식품군의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곡물을 비롯해 전분당, 밀가루, 유지, 설탕 등 핵심 4대 소재 식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요 가공식품 업체들의 도미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업계 관계자는 "가공품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실제 매출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인상 요인이 있어도 쉽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