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국민보도연맹 사건, 비무장·무저항 민간인 희생
고령 경찰서와 국군 제17연대에 의해 집단 살해당해
화순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좌익·빨치산에 희생
"국가가 국민 보호 의무 다하지 못해 국민 희생됐다"
"피해자 및 유족들에 사과하고 명예회복 등 지원하라"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경북 고령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국가의 사과 및 지원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40차 위원회를 열고 경북 고령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전남 화순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경북 고령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은 1950년 7~8월 사이 경북 고령지역에서 비무장 민간인 34명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예비검속(일제강점기에 범죄 방지 명목으로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는 사람을 사전 구금하는 것)돼 군인과 경찰에 집단 희생된 사건이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사상범 전향을 명목으로 결성된 관변단체로, 애초 좌익 경력자가 주요 가입 대상이었으나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는 물론 무고한 국민들도 상당수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희생자들은 한국전쟁 발발 이전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거나, 좌익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1950년 6월 이후 고령경찰서 유치장 등에 구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던 20~30대 남성이었던 피해자들은 고령경찰서와 국군 제17연대에 의해 고령면 회천교 냇가 모래사장과 금산재, 운수면 가람 금굴 일대에서 집단 살해됐다고 진실화해위는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유족들도 좌의 혐의자 가족이라는 낙인과 가장의 사망으로 경제적 궁핍에 시달렸고, 연좌제로 취업 등에 불이익이 있었다"며 "군과 경찰이 비무장·무저항 민간인들을 예비검속 해 법적 근거도 없이 살해한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적법절차 원칙,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위령사업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전남 화순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후인 1950년 9월 초부터 이듬해 1월까지 전남 화순군에서 민간인 50명이 지방 좌익과 빨치산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다.
희생자들은 경찰과 공무원 가족, 이장, 부자, 토지수용에 반대하는 전단 부착, 군경환영회 준비, 철도 야경을 썼다는 이유 등으로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경우 일가족 희생이 많았는데, 50명 중 9가족 41명이 가족 단위로 희생됐다. 희생자 중 10세 이하가 20%, 60대 이상이 16%, 여성이 40% 등으로 노약자 희생이 많았다고 진실화해위는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비록 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국민이 희생되고 유족에게 피해를 준 데 대해 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또 위령사업 지원 방안 마련과 역사기록이 잘못 기술된 경우, 수정하고 평화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은 비무장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번 진실규명을 계기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국가의 공식 사과와 위령사업 지원 등의 실질 조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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