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주재,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개최
한은·금융위·금감원·경제수석 등 한 달여만에 모여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대외여건 악화 기인"
"시장 상황 실시간 모니터링, 필요시 선제적 대응"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최근 우리 경제가 20년 만의 최고 수준의 환율과 무역 수지 악화 등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어려움이 지속되자 경제·금융 당국 수장들이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 달여 만에 다시 뭉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조치하고,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적기에 엄정 대응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최근 경제·금융상황 점검과 향후 정책과제·공조방안 등을 논의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경제·금융 수장들이 모이는 비상거금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7월28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추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글로벌 경제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주요국 통화긴축 및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복합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도 최근 물가 상승세는 다소 둔화됐으나 대외여건 악화로 인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어려움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 위안화 약세 영향 등이 중첩되며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65.0원에 개장했다. 전 거래일인 지난 2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63.0원)을 다시 돌파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4월21일(1367.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9.66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다. 이외에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약 12조7000억원) 적자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56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재차 확대되며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지만 대내 요인보다는 주로 대외여건 악화에 기인한다"면서 "높아진 환율수준과는 달리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국가신용 위험도 지표인 CDS 프리미엄은 지난 7월6일 연중 최고점(56bp)이후 하락 흐름을 지속하며 지난 3일 33bp를 기록했다.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을 통한 외화조달도 원활한 상황이다.
종합적인 대외거래 지표인 경상수지도 당분간 변동성은 크겠지만 상반기중 248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연간으로 상당규모의 흑자 달성은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최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등 글로벌 수요둔화 등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처럼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해 기재부를 비롯한 한은·금융위·금감원 등 경제·금융 당국이 긴장의 끊을 놓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면서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하에 필요시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또 "추석 연휴기간 중에도 관계기관 합동대응체계를 가동해 해외 금융·외환시장 및 실물경제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며 "특히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적기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의 대내외 상황을 종합해볼 때 복합위기 상황의 장기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해 금융·외환·실물경제 분야 취약부문 중심 실태점검과 대응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