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샤픈고트 권익환 대표. 2022.09.05. eastsk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09/05/NISI20220905_0001078178_web.jpg?rnd=20220905114645)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샤픈고트 권익환 대표. 2022.09.05.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사장님 소리에 어깨 으쓱해하지 마세요. 아무리 좋은 아이템으로 창업해도 조직관리를 못하면 직원들 마음 헤아리지 못하는 상사가 될뿐입니다."
권익환 샤픈고트 대표가 뉴시스와 인터뷰하면서 부산의 스타트업 청년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이렇게 말했다.
권 대표는 "끊임없이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직원들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하는 어려움을 마주할 수 있다"며 창업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고생했던 지난날을 되새기며 전하는 조언이다. 그런만큼 진심이 느껴찐다.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를 전전하며 부채비율이 2000%에 달할만큼 부진의 늪에 빠지기도 한 부산 출신의 이 기업가는 2020년 흑자 전환 후 지난달 25일 부산시 주최 '벤처 서머위크'에 차세대 혁신 기업가 자격으로 참석해 자신의 회사를 소개할 정도로 반전의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굴곡진 그의 사업 여정과 부산 스타트업의 미래 이야기를 나눴다.
거듭된 실패…미국으로 향하다
권 대표는 "자금력 없이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제품 개발과 홍보에 한계에 부딪쳤다"면서 "후배 창업자들로부터 ‘아직도 안 망했느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그가 향한 곳은 미국 실리콘밸리다.
"이왕 망하는 거 멋지게 망해보자는 마음으로 2016년 미국으로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제겐 돈이 부족했죠. 당시 하루 빌리는 데 50달러 하던 캠핑카에 머물면서 일을 했어요. 인터넷을 쓰기 위한 데이터도 없어서 근처 스탠퍼드 대학에서 게스트 와이파이를 끌어다 쓰기도 했죠."
수년 간의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10여장의 카드를 돌려쓰며 회사 부채비율이 2000%까지 치솟기도 한 시절이다.
얼핏 무모한 듯한 전략이 통했나, 그는 미국의 가전매장에서 우연히 AI 스피커 제품을 접하게 됐다. 미국에서 인슈어테크(보험상품과 결합한 제품을 개발·연구하는 산업)가 유행한 때였다. 권 대표는 인슈어테크를 적용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이템 개발을 위해 공유숙박예약업체 에어비엔비를 이용해 3~4일 간격으로 미국 주거지를 돌았다. 나무로 지어진 곳이 많다는 특성 때문에 화재에 취약하고 높은 보험료로 인해 부담이 크다는 사실에 착안, 기존의 소화기에 보안과 ICT 기술을 적용한 인슈어테크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샤픈고트는 권 대표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던 중, 미국 투자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B2G 채널을 개척하기 위해 2019년 정부기관인 조달청의 문을 두드렸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혁신시제품 제도'에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혁신시제품 제도를 통해 선정된 중소기업의 상품들은 각종 테스트와 행정적 절차를 거쳐 공공기관에 선납품할 수 있다.
권 대표는 "2019년 12월에 우리 제품이 혁신시제품으로 선정됐다"며 "당시 우리 제품이 조달청으로부터 우수평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공공기관 납품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거듭된 연구 끝에 샤픈고트는 2020년 6월 스마트 소화기 '트리토나'를 양산해 정부기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트리토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화재 감지와 진화를 위한 기능에 더해 실시간 모니터링, 응급상황 긴급호출, 관제 서비스와 같은 안전 관련 서비스도 제공한다.
권 대표는 "트리토나에 탑재된 고성능 열감지 센서를 통해 정밀한 화재 감지가 가능하다"면서 "위급 상황 시 상황을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SOS 버튼도 있어 누르기만 하면 곧바로 신고가 가능해 범죄 예방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기와 모양이 텀블러를 닮은 트리토나는 소화기로 보이지 않는다.
권 대표는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도 아름답지 않으면 만들지 않겠다는 디자인 경영 철학이 있다“며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품질뿐만 아니라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 공공시설이나 가정 어디서나 비치해 둬도 어울릴 수 있는 감성을 품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트리토나는 출시 직후 200여 공공기관에 납품되면서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트리토나는 지난해 정부 우선구매 대상 제품으로 선정된 후 현재까지 원자력 발전소, 정부세종청사, 한국조폐공사, 해군, 해양경찰 등 500여곳에 설치됐다.
![[부산=뉴시스] 샤픈고트 본사에 전시된 스마트 소화기 트리토나. 2022.09.05. eastsk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09/05/NISI20220905_0001078180_web.jpg?rnd=20220905114751)
[부산=뉴시스] 샤픈고트 본사에 전시된 스마트 소화기 트리토나. 2022.09.05. [email protected]
창·폐업 반복해 세금·젊음 낭비말라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면서 적정한 이윤을 추구하고자 한다. 창업한 지 10년이 된 지금 우리 제품과 서비스로 계층과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가 우리 기술를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권 대표는 부산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제조업의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귀띔했다.
"눈에 띄는 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제조 공정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면서 "양산성과 수익을 꼼꼼히 고려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일 "창업에 실패했더라도 이를 깨끗이 인정하고 면밀히 복기해 다음에 무엇에 도전하든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다만 피봇이란 핑계로 새로운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며 국민들의 세금과 자신의 젊음을 낭비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 기업들과 해외 스마트 시티 진출을 위한 벤처 설립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달 중으로 국제기구인 UN 해비타트와 파트너십을 맺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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