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남 과수농가·항구 '태풍 전야' 전전긍긍(종합)

기사등록 2022/09/04 17:13:09

최종수정 2022/09/04 18:22:41

낙과 피해 예방 안간힘…철골 지지대·방풍망 보강작업 분주

여수선 피항 선박 1만여 척…철판 등으로 강풍 피해 예방도

힌남노, 6일 오전 5시께 진도에 최근접…광주 6일 오전 6시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4일 오전 전남 나주시 금천면 한 과수원에서 이일수(65)씨가 조생종 배를 따고 있다. 2022.09.04 leeyj2578@newsis.com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4일 오전 전남 나주시 금천면 한 과수원에서 이일수(65)씨가 조생종 배를 따고 있다. 2022.09.04 [email protected]
[나주·여수·목포=뉴시스]박상수 김석훈 이영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전남 곳곳에서는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대처에 분주했다. 나주에서는 아직 덜 익은 배를 수확하지 못한 과수 농가들이 강풍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배나무와 철골지지대를 엮는 작업에 매진했다.

여수, 목포 등 전남 동·서부권 해안가에서는 휴일도 반납한 채 어선들을 뭍으로 피항시키고 해안가에 주차된 차량들을 옮기면서 침수 피해를 예방하느라 분주한 하루였다.

◇나주배 농가, 역대급 태풍에 "그저 기도만 할 뿐"

이날 오전 나주시 금천면의 한 배 농가. 북상 중인 힌남노로 인한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파란 방풍망이 둘러진 과수원 안에는 방충·방풍용 회색 봉투가 씌워진 수많은 배 열매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농민들은 유독 심하게 흔들리는 배나무를 찾아다니며 나뭇가지에 철골 지지대를 엮었다.

벌써부터 바람을 맞아 바닥에 떨어진 배들도 있었다. 나뒹구는 배에서 풍기는 들큰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과수원 사이로 퍼지자 벌레들이 서서히 꼬였다.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4일 오전 전남 나주시 금천면 한 과수원에서 이일수(65)씨가 배나무와 엮은 철골 지지대를 점검하고 있다. 2022.09.04 leeyj2578@newsis.com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4일 오전 전남 나주시 금천면 한 과수원에서 이일수(65)씨가 배나무와 엮은 철골 지지대를 점검하고 있다. 2022.09.04 [email protected]

이날 배나무 지지대 보강 작업에 나선 이일수(65)씨도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주까지 조생종 배를 수확하던 이씨는 갑작스런 태풍 북상 소식으로 모든 작업을 중단한 채 지지대 보강 작업에 열중이다.

이씨 소유 전체 과수원 4000여 평(1.3㏊) 중 조생종 배 수확 면적은 1500여 평(0.5㏊). 태풍 탓에 수확을 할 수 없게 되자 현재 조생종 배 수확률이 절반 가량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아직 제대로 된 수확 작업을 시작하지 않은 2500여 평(0.8㏊)에 심어진 만생종 배들의 낙과 피해도 우려된다.

이씨는 "태풍이 와도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렇게 가지를 동여매고 방풍망을 손질하는 것이 전부다"며 "추석을 앞두고 수확 시기를 잡았는데 태풍이 올라온다니 계획이 틀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난 해 태풍 오마이스(OMAIS)는 다행히 비껴가면서 큰 피해가 없었지만 이번엔 크기와 규모가 다르다고 해서 걱정이 앞선다"며 "(태풍은) 거스를 수 없기에 그저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가도록 기도하는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 전남 여수시 국동항이 4일 초강력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피해 정박한 소형 어선과 낚시어선 1만여척으로 가득차 있다. 2022.09.04. kim@newsis.com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 전남 여수시 국동항이 4일 초강력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피해 정박한 소형 어선과 낚시어선 1만여척으로 가득차 있다. 2022.09.04. [email protected]

◇여수·목포 등 해안가도 피해 예방책 '총동원'

해안가도 초긴장 상태다. 여수 국동항 일대에서는 전날부터 진행된 어선 1만여 척을 대피시키는 작업이 이어졌다. 어민들은 굵은 밧줄로 어선들을 연결시켜 혹시 모를 강풍 피해에 대비했다. 해안가 주차장에서는 '차량을 이동해달라'는 방송이 수시로 울려퍼졌다.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인한 침수·파손 피해 예방을 위해서였다.

인근 수산시장 상인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고 유실물 방지 대책에 총력을 기울였다. 노끈으로 가재도구를 꽁꽁 묶어두거나 철제 판 등으로 상가 입구를 가리는 작업에 매진했다.

여수시는 전날 오후 1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비상 2단계를 발령 중이다. 마리나시설 3개소, 타워크레인 설치 현장 4개소, 어항 시설물 705개소 등에 대한 사전 점검을 마치고 대비책 마련을 주문했다.

시는 모든 조치를 이날까지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태풍의 영향권에 드는 5일부터는 외출 자제 등 마을 방송을 수시로 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 4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과 남해안 상륙 소식에 따라 전남 여수시 중앙동  해안가에 즐비한 여수밤바다 '낭만포차'들이 일제히 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휴업에 들어갔다. 낭만포차는 태풍이 지난후 피해가 없을 경우 7일께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2022.09.04. kim@newsis.com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 4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과 남해안 상륙 소식에 따라 전남 여수시 중앙동  해안가에 즐비한 여수밤바다 '낭만포차'들이 일제히 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휴업에 들어갔다. 낭만포차는 태풍이 지난후 피해가 없을 경우 7일께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2022.09.04. [email protected]

목포 북항과 내항 선착장에서도 어선들을 단단히 결박시키는 작업이 진행됐다. 사람 팔뚝만큼 굵은 밧줄이 어선마다 휘감겨 어느새 수십여 척이 하나의 배처럼 이어졌다.

북항 인근 상가 상인들도 장사를 일찍 접고 강풍과 호우 피해 예방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강풍에 날릴 수 있는 적치물들을 건물 안으로 옮기고 창문 등을 점검하면서 태풍에 대비했다.

목포시는 전 공무원들에게 비상근무령을 내리고 담당 동을 나눠 주요 시설물 점검에 나섰다. 또 산정동 신촌마을, 용당동 한일시장 등 상습 침수지역을 시찰하기도 했다.
[광주=뉴시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 각 지역별 최근접 시각. (사진 = 광주기상청 제공) 2022.09.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 각 지역별 최근접 시각. (사진 = 광주기상청 제공) 2022.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힌남노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대만 타이베이 동북동쪽 약 32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8㎞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40h㎩, 최대 풍속은 현재 초속 47m다. 힌남노는 오는 5일 제주 서귀포 남남서쪽 해상을 지나 6일 오전 5시부터 진도군을 시작으로 광주·전남 전역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보됐다.

태풍 영향으로 광주·전남에는 이날부터 사흘간 지역에 100~4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최대 풍속은 전남 남해안 시속 220㎞, 서해안 시속 140㎞, 내륙 시속 11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날 여수시 국동항과 보성군 과수농가 현장을 둘러본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각 시·군에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도민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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