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추석나기④]연휴 지나면 꺾인다는데…"물가 정점 예단, 시기상조"

기사등록 2022/09/04 15:00:00

최종수정 2022/09/04 18:00:43

8월 물가상승률, 전년보다 5.7% 올라

유가 하락 등에 상승세 7개월만 둔화

7월 상승률 6.3% 물가 정점이란 관측

다만 하반기에도 물가 상방요인 즐비

"공급망 미해결…불확실성 상당 존재"

"정점 보기 어려워…4분기나 내년 초"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2022.08.2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2022.08.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꺾였다. 물가를 끌어올리던 국제유가 상승세가 주춤하며 당초 연휴를 기점으로 점쳐지던 물가 정점이 앞당겨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달 추석에 성수품 수요가 몰리며 물가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역대급 소비쿠폰을 풀고 비축 물량을 늘리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했다. 다만 연말까지 상방 요인이 즐비해 물가 정점을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란 지적이 나온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7% 상승했다. 7월 물가상승률 6.3%보다는 0.6%포인트(p) 축소됐다.

물가는 지난해 10월 3%대를 기록한 후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3월과 4월에는 4%대, 5월에는 5%대로 올라섰다. 6월(6.0%)과 7월(6.3%)에는 2개월 연속 6%대 상승률을 보였다.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었다.

고물가 흐름이 계속되자 정부는 여러 물가 안정책을 내놨다. 물가 상승세를 이끌던 기름값을 잡기 위해 유류세를 내렸고, 먹거리 부담을 덜고자 수입 축산물 등의 할당관세를 인하 또는 면제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른 추석에 대비해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0대 성수품 가격을 1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며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역대 최대인 650억원 상당 투입하고, 비축 물량 방출 등 23만t 규모를 공급했다.

당초 물가 정점은 추석 연휴 이후로 예측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추석 고비를 넘기면 물가가 조금씩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며 물가가 추석 이후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국제유가 급등세가 완화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물가 상승세가 5%대로 한풀 꺾였다. 지난달 물가 상승세는 7개월 만에 둔화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지난달에 물가가 정점을 찍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완전히 정점이 꺾인 것으로 봐야 한다. 반등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며 "겨울에 에너지 가격이 오르긴 할 텐데 물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지난해 4분기 높은 물가에 따른 역기저효과를 고려하면 7월(6.3%) 물가가 정점으로 볼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 심의관은 "국제유가 감산 가능성, 추석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등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 간접영향으로 비바람이 부는 지난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인근 해상에 큰 파도가 치고 있다. 2022.09.02. woo1223@newsis.com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 간접영향으로 비바람이 부는 지난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인근 해상에 큰 파도가 치고 있다. 2022.09.02. [email protected]

연말까지 여전히 물가 상방 요인들은 즐비한 상황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산유국들이 감산 가능성을 시사해 국제유가 변동성이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 곡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달 중순 추석이 예정돼 있고 겨울에는 수요 증가로 에너지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오는 6일께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도 물가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환율리스크'도 존재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기름값 등 국내 물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이는 물가 정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물가 상방 요인들을 고려해 아직 물가 정점을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물가 정점을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전망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공급망 이슈가 정치적 요인에 좌우되고 있고 완전히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상당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겨울부터 물가 상승률이 높아 기술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아직 높은 편"이라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를 낮출 수 있느냐가 중요한 변수 같다"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그걸 잘 넘겨야 정점을 넘겼다고 볼 수 있다"면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유럽에 되지 않으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다. 중요한 관건"이라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정점이 왔다고 보지 않는다"며 "명절이 껴있어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태풍이 변수라 물가가 오를 수 있다. 연말까지 불확실성이 있어 완전히 내려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유가 및 가스 가격 급등 가능성과 환율 급등 가능성이 있어 정점으로 보기 어렵다"며 물가 정점을 올해 4분기 혹은 내년 초 정도로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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