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친명'으로 주류 교체…친문, 비주류 전락

기사등록 2022/08/28 18:21:19

최종수정 2022/08/28 19:10:44

이재명 77%대 압승…최고위원도 싹쓸이

친명, '대안부재' 힘입어 '헤게모니' 장악

尹정부 빠른 추락, 친문 '후계자無' 호재

공천권 장악…'민주당의 이재명化' 가속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 발표하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 발표하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변방의 아웃사이더'로 불렸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 선출은 친이재명계(친명)가 민주당을 완전히 접수했음을 의미한다.

28일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8·28 전당대회 결과, 이 신임 대표는 최종 합계 7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최고위원도 다섯 자리 중 네 자리를 싹쓸이했다. 이 대표 득표율 77%는 직전 최고기록인 이낙연 전 대표의 2020년 전당대회 득표율(60.77%)을 뛰어넘은 결과다.

친문 조직세가 강한 대의원에서도 이 후보는 78%를 차지하며 여유있게 '대세론'을 입증했다. '변방' 꼬리표를 완전히 뗀 셈이다.

친명, '대안부재' 힘입어 '헤게모니' 장악

친명계의 신(新)주류 도약은 예견된 결과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논란과 지방선거 참패에도 꾸준히 세를 불려온 탓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시절 영입한 김병기 의원은 인천 계양을 출마를 엄호하며 '신측근'으로 자리매김했고, SK계(정세균) 좌장격인 안규백 의원도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아 이 대표 당선의 걸림돌을 치워냈다.

나아가 전당대회 룰 관련 집단 성명을 냈던 친명계 의원 63명은 따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만들며 결속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친명계 초대 멤버 격인 7인회 등을 더하면 민주당 내 친명계 의원들은 80여명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교체에는 무엇보다 민주당 당원 헤게모니 이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전인 21대 총선 즈음만 해도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출당하라는 강성 친문 당원들의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탄원서를 써준 이해찬 당시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이 대표가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며 대선 경선에서 이겼고, 0.73%포인트차 석패 이후에는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입당 러시가 이어졌다.

더욱이 이번 전당대회는 지난해 12월까지 입당해 지난 6월까지 당비를 6회 이상 납부해야만 권리당원 투표 자격이 주어진다. 대선 직후 대거 입당한 '개딸'의 투표 참여가 제한됐음에도 이 대표가 이긴 것은 그만큼 전통적 지지층에서도 친명 기류가 팽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뉴시스에 "결국 대안 부재다. 이 대표가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지지가 집중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尹정부 빠른 추락, 친문 '후계 부재'도 호재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30%대로 추락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 가처분 인용으로 정부여당이 급속도로 혼란에 빠진 것도 호재가 됐다. 비명계가 전당대회 내내 집중공격을 퍼부은 '사법리스크'는 도리어 '유력 주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위기의식을 자극한 결과를 낳았다.

한 비명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고도 가장 적은 표차로 진 위력이 아직도 남아있고, 윤석열 정부가 헤매면서 더욱 그에 대한 아쉬움이 당원들의 맹렬한 지지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너무 오랫동안 한 세력(친문)이 당을 지배해왔기 때문에 사실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변화"라고 했다.

친문계가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마땅한 '후계자'를 만들지 못한 이상 주도권 상실은 필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친문 중진인 홍영표, 전해철 의원이 불출마하며 일찌감치 전대 레이스에서 이탈했고, 강병원, 설훈 의원은 예비경선 문턱도 넘지 못 했다. 결국 친문계가 '비주류' 박용진 의원을 미는 모습마저 나타났다.

한 중진 의원은 "홍영표, 전해철이 나온다고 해서 직전 대선후보에게 상대가 됐겠느냐"며 "동반 불출마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속으로는 이 대표와 싸움이 될지를 저울질해봤을 것"이라고 했다.

공천권 장악…'민주당의 이재명化' 가속

무엇보다 2년 후 22대 총선 공천권을 '친명'이 획득하면서 민주당의 '이재명화'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대 총선 1년 전인 2015년 2·8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비노' 박지원 후보를 꺾고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로 선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극한 내홍 끝에 비노 호남계가 탈당하며 민주당이 두동강났지만, 대대적 공천 물갈이를 통해 친노·친문이 민주당을 완전히 접수할 수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구심점이 사라진 친문은 와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며 "범친문 의원들도 정치 생명, 차기 공천을 생각했을 때 이 대표에게 가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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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친명'으로 주류 교체…친문, 비주류 전락

기사등록 2022/08/28 18:21:19 최초수정 2022/08/28 19: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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