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넘은 마라톤 의총 끝에 4개 사안 결의
당헌·당규 재정비해 새로운 비대위 띄우기로
권성동 거취, 사태 수습 뒤 의총에서 재논의
이준석 '양두구육' 등 규탄…추가 징계도 촉구
[서울=뉴시스]강주희 김승민 기자 = 국민의힘은 27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를 정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관련해 당헌·당규를 정비한 후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사태 수습은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되 향후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의 거취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혼란을 준 상황 등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에게 엄중 경고하고 당 윤리위원회에 이 전 대표 추가 징계안을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박형수·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 10분부터 5시간여 동안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같이 결의했다고 밝혔다. 의원총회에는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 소속 의원 115명 중 90여명이 참석했다.
의총에서 국민의힘은 4가지 사안을 결의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우선 "과거 최고위원회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현재 비대위를 하는 것도 현실적 한계가 있다"면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 비대위를 결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현재 비대위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한다면 지금 법원의 논리와 똑같은 논리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련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 구성이 가능한 요건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 논의는 안 됐지만 최고위원 절반이나 2분의 1 이상이 사퇴한다든지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한다든지 구체적인 조항을 넣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권 원내대표는 내주 의총을 소집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논의할 예정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새로운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구성 등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바꿀 만한 이유가 없어보이긴 하지만 그 부분은 나중에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직무대행은 정해지지 않은건가'라는 질의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 수습의 키는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지금 원내대표가 사퇴한다면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추진할 사람이 전혀 없게 된다"며 "(권 원내대표가) 사퇴를 수습한 후 의원총회 논의에 따라서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여부에 대해선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라는 직책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어떻게 할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결의문에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당 윤리가 추가 징계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윤리위에 이 전 대표의 징계와 관련된 요구들이 제출돼 있는 것으로 안다. 그에 대해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한 것"이라며 "윤리위가 언제 열릴지는 저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고 윤리위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저희는 요청만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결의문에서 이 전 대표가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으로 당원들에게 모욕감을 주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당 운영을 앞장서서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원 가처분 결정에 따른 당의 혼란 상황을 초래한 근본적 원인은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증거 조작교사라고 지목했다.
한편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지도부의 구성에 반발했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설렁탕 주문을 비유해 지도부의 주장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설렁탕 주문을 취소했는데, 설렁탕 주문을 취소한 것이지 공기밥과 깍두기까지 취소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지도부의 해석이) 판결의 취지 자체에 대해서 완전히 몰각시키는 해석"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체제를 하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의총에서) 매우 생산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국민에게 다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태경 의원은 "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비대위를 즉각 해산하고, 새 원내대표를 바로 뽑아서 우리당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허은아 의원은 의총에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하고, 국민들께 부끄럽지 않은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선 중진 윤상현 의원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본인과 대통령과 당과 나라를 위해서 (권 원내대표가) 결단하는 게 정도가 아니냐는 식의 의견을 드렸다"며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새 원내대표를 뽑고 새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하고 거기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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