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이커머스 11번가가 올 상반기 지난해 영업 손실을 뛰어넘는 적자를 내고도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최근 IPO(기업공개) 추진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한 11번가는 기업 가치 끌어올리기를 최대 과제로 삼았는데, 수백억원 적자에도 배당금 지급을 이어가 재무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29일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715억원으로 지난 한해(-694억원)보다 적자 폭을 더 키웠다. 그럼에도 11번가는 올해 상반기 지분율 18.2%를 보유한 2대 주주 나일홀딩스 유한회사에 5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나일홀딩스는 사모펀드 H&Q코리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이 11번가의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한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11번가가 나일홀딩스를 대상으로 발행한 186만여 주의 전환상환우선주는 2023년 9월까지 상환해야 한다. 보통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그때까지 11번가는 나일홀딩스에 주식 발행금액의 최소 연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당한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11번가가 나일홀딩스에 지급한 배당금은 622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을 낸 2019년에는 50억원, 적자로 돌아선 2020년에는 25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올해는 상반기 영업손실만 700억원이 넘은 만큼 올해 적자 규모는 1000억원을 훌쩍 넘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11번가는 상반기에도 나일홀딩스에 5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11번가 측은 “투자 계약에 따라 지급하는 배당금으로, 계약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전부 예상 범위 안에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 실적과 관계 없이 투자 계약에 따라 매년 지급하는 배당금은 IPO를 앞두고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몸값 높이기에 주력해야 할 11번가 재무 상황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재무적 부담이 커진 11번가는 올해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해 몸집 불리기에 힘쓴다. 2019년 이후 연매출 5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경쟁력 강화 ▲직매입 사업 확대 ▲SK텔레콤·아마존·11번가의 시너지 및 충성 고객 확보 등을 바탕으로 규모 있는 매출 성장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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