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경인교구가 맡아 진행...수원시장·복지부 차관 등 참석
[수원=뉴시스]변근아 기자 = "살아생전 가지셨던 모든 원진(한)과 착심(집착)을 여의시고 완전한 해탈천도를 받으시길 마음모아 염원합니다."
이날 오후 2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의 빈소에서는 10번의 청아한 종소리와 함께 추모식이 거행됐다.
이번 추모식은 원불교 경인교구가 맡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는 무연고 사망자가 별도의 종교를 갖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 분기별로 정해진 종교단체에 의뢰해 장례의식을 거행토록 하고 있다.
추모식 자리에는 의식을 거행하기 위한 교무 7명과 이재준 수원시장과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 수원시 복지여성국장과 과장 등이 배석했다. 비어있는 유족의 자리는 원불교 교도 10여 명이 대신 채웠다.
차분한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추모식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묵례를 한 뒤 교무들이 낭독하는 설명기도, 성주3편, 천도법문 등을 들으며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추도식을 마친 김덕수 원불교 경인교구장은 "8년 전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었는데 또 이렇게 가까운 이웃 중 어려움을 당하는 분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종교인으로 너무 죄송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을 다 놓고 다음 생에 정말 잘 오셔서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며 추도식에 정성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추도식에 참여했던 이재준 수원시장은 "관내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돌보지 못해 죄송한 마음으로 왔다"면서 "일선 현장에서 복지행정을 다루고 있으나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는 만큼 앞으로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통합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례 이틀 차인 이날 빈소에는 오후 3시 현재까지 조문객 50여 명이 방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졌으며 일반 시민들도 계속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
이날 세 모녀를 조문 온 유덕화 경기복지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앞으로 고독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 단체들과도 연대해 지역사회 돌봄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수원시는 장례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 11시30분 세 모녀에 대한 발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이곳 봉안당에 유골을 안치하고 장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2시50분께 이들이 거주하는 연립주택 건물 관계인이 "세입자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내용의 신고를 112에 접수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소방 당국과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서 신고 접수가 들어온 집 문을 강제 개방해 들어가 집 안에서 여성으로 보이는 시신 3구를 발견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세 모녀는 숨지기 전 A4용지 9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등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건강보험료가 16개월째 체납됐으나 주민등록상 기재된 화성시 주소지와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고, 복지급여를 신청한 내역이 없어 추가 발굴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위기가구 보호를 위한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복지체계를 전면적으로 보완을 지시했다.
또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였던 화성시도 '복지사각지대 고위험 발굴 TF'를 만들고 오는 29일부터 지원단과 28개 읍면동 찾아가는 복지팀을 꾸려 위기가구 발굴 및 복지 서비스 신청,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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