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 28만명…"예상 가능한 범위·대응"
4차 접종, BA.2.75 미미, 낮은 재감염률 원인
"풍토병 정착 단계…향후 거리두기 무의미"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없이 맞이한 첫 유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추가 발생할지 모를 재유행 과정에서 의료 대응 체계를 수립할 때 이번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2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집계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7일 18만명대를 기록해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고 있다.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직전 주 12만명대에서 이번 주엔 11만명대로 줄면서 유행이 정점에서 내려오는 모양새다.
BA.5 변이발 이번 6차 유행은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됐다. 일주일 전 대비 확진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천명대였던 유행 규모는 수십만명대로 늘었다.
일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판하고 '과학 방역'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처음으로 맞이한 대유행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이동이나 모임 제한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 성격의 제재 조치는 요양병원·시설과 같은 감염취약시설에만 적용했다. 대신 4차 접종 대상자 및 권고 대상 확대, 예방용 항체 치료제 '이부실드' 도입, 병상과 원스톱 진료기관 등 의료 체계 확충 등에 집중했다.
이번 유행 과정에서 병상을 구하지 못한 대기 환자는 집계되지 않았고 중환자실 가동률은 지난 19일 한 때 54.3%를 기록하며 절반 이상이 찼지만 이날을 제외하면 40% 이하로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행 대응이 비교적 선방이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예상한 범위 내에서 유행이 관리됐고 예상 가능하게 대응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당국은 이번 유행의 정점으로 28만명을 예측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의 보고서에서는 30만명이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예상보다 4차 접종률이 꽤 높아 유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고, BA.2.75 변이의 영향력도 한정적이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재감염률이 낮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4차 접종률은 전 국민 대비 15%를 넘지 못하지만 주요 접종 권고 대상자인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40%를 넘었다.
전파력이 높아 새 유행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됐던 BA.2.75(켄타우로스) 변이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감염 확인 건수가 76건에 불과하다.
재감염률도 최근 우리나라가 6%대까지 올라왔지만 10%가 넘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새로운 유행이 오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강제적·일괄적인 정책의 필요성은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자연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한 인구가 상당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없었고 국민들 자체도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이번 유행 대응이 계절적인 풍토병으로 정착하기 위한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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