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WSJ·가디언 등…저마다 개념·평가 달라
코로나 재택근무에 업무 경계 불투명해진 탓
당장 퇴직 못하지만 계속 포기 않는 의미도
업무중심 사고 탈피, 추가근무 거부 인식도
업무 미완수·떠넘기기·보복 차원이라면 불행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틱톡 팔로워가 1만명인 자이아드 칸은 "최근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 당장 퇴직하지는 못하지만 퇴직할 생각을 계속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임을 알게 됐다"면서 "업무를 지속하지만 일이 인생의 전부라는 업무 중심 사고방식은 더 이상 갖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틱톡 팔로워가 4만8000명인 클레이튼 파리스는 며칠 뒤 올린 포스트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쓴 '조용한 퇴직'이 현재 주류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일자에 "동료가 '조용한 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영국 가디언은 "조용한 퇴직: 소극적 업무 태도가 세계화한 이유"라는 기사를 실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23일(현지시간) '조용한 퇴직'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탐구하는 기사를 실었다.
'조용한 퇴직'이라는 용어는 사람마다 다르게 사용한다. 정신적으로 업무로부터 벗어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추가 보수가 없으면 추가 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출근해 일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을 표현하는 용어가 왜 필요한 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업무를 자원한 적이 없는 등 성취욕이 낮은 사람들의 정당화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이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들도 조용한 퇴직을 원하지만 인종이나 성 때문에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용한 퇴직이 원천적으로 힘든 직업도 있다. 의사나 교사가 조용한 퇴직을 하도록 방치할 사람이 있을까?
미 덴버에서 기술회사 고객대응 일을 담당하는 가브리엘 저지(25)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조용한 퇴직을 말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팀과 부서에 소속된 사람이 조용한 퇴직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다만 맡은 일을 다하는 범위라면 건전할 수도 있다고 본다. "맡은 일을 다하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스컨신 애플턴 서적 창고에서 재고관리를 하는 알렉스 바우어(26)는 "조용한 퇴직을 처음 들었을 때 '이런 바로 나네.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걸 표현할 말이 없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4개월전 주 5일 8시간 교대 근무를 자원했다. 정서적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해야 할 일이 잔뜩 있지만 하나씩 처리해나가면 만족감이 크다"고 했다. "일을 계속하는 건 좋지만 걱정할 일은 없다. 일을 잘 해내고 있지만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부업으로 판타지 장르 단편소설 편집도 하고 있다.
전에는 레스토랑에서 압박을 받으며 요리를 하는 와중에 다른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아프다고 전화하곤 했었다. "그런 일을 하면 일을 놓을 수가 없다. 계속하지 않으면 뒤쳐지게 된다. 너무 지쳐서 건강까지 상했다. 식당에 들어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흠집 하나 없도록 하느라 코로나에 걸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단순 직업을 선택한 것을 지지하는 것을 보고 기뻤다. "효과가 크다. 나처럼 직업을 대하는 건 새로운 방식이며 나처럼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엔터테인먼트회사 인력관리 전문가인 니키 마일즈(34)는 "처음 조용한 퇴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이 "약간 완벽주의자"라는 그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믿고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일을 추가로 더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규정된 직무를 벗어난 일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며 내가 관심을 갖는 일을 한다. 그밖에는 내 보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로 더 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조용한 퇴직이 "회사가 주는 월급보다 더 많이 일한다는 뜻이라면 조용한 퇴직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말이 안 된다. 월급을 받고 일하면서 더 많이 하길 원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건 필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조용한 퇴직은 "전혀 쓸데없는 표현"이라고 했다.
"목적의식 가지고 일하기"라는 책의 저자 매트 스필먼은 사람들이 업무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 "너무 지쳤다고 느끼고 막다른 골목에 달했다고 느낀다면 업무 강도를 10에서 7이나 6, 5로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격근무가 압박이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원격 근무를 하면 팀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덜 들기 때문에 관리자가 직원들과 유리되기 쉽고 직원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업무 시작과 끝의 경계가 흐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용한 퇴직이 회사에 대한 복수를 뜻하는 경우에 대해선 우려했다. "조용한 퇴직은 수동적인 공격 수단인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 탈진했다면 솔직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절대적으로 최소한으로 일할 권리가 있다면서 아니면 문제 삼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필먼은 무엇보다 조용한 퇴직이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좋아하는 업무를 찾는 걸 방해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주일에 4일이든, 5일이든, 6일이든, 일주일 내내든 일하면서 즐기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