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경표의 코미디 연기? "오히려 좋아"

기사등록 2022/08/24 05:55:00

코미디 영화 '육사오'서 말년병장 '천우'

"코미디 연기는 즉각적 반응 매력 있어"

"어릴 땐 멋있는 거 하고 싶기도 했다"

"웃음 위한 설계가 맞아떨어질 때 쾌감"

"관객 웃기려면 진정성 있는 몰입 중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육사오'는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정통 코미디 영화다. 무겁고 진지한 영화가 대세를 이룬 듯한 올해 여름 대작 한국영화들 가운데서 개봉하기에 그 시도만으로도 귀하게 느껴지는 데다가 관객을 웃기겠다는 쉽지 않은 목표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치해 보일 순 있다. 최전방에서 복무 중인 말년 병장이 우연히 주은 로또 용지에 1등 당첨 번호가 있었고, 행복도 잠시 그 종이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서 북한군과 로또 주인 자리를 두고 갈등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라 콩트 같아 보이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 의외로 힘이 있다. 로또를 둘러싸고 발생할 만한 각종 에피소드에 남북 분단 상황을 알맞게 녹여냈고, 각각의 이야기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해 시종일관 잔잔히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엔 폭소를 터뜨리게 할 줄 안다. 그리고 '육사오'의 유머는 누구도 불쾌하게 하지 않는다. 그저 말초적인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가학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고, 착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관객을 웃길 줄 안다. 이런 '육사오'는 여름 끝자락 극장가에 복병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웃긴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도 그걸 구현해줄 배우가 없다면 아무 가치도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육사오'는 결국 배우들의 영화다. 멋있는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은 배우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육사오'의 배우들은 배우가 멋있을 때는 역할이 멋있을 때가 아니라 연기를 잘할 때라는 걸 아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출연 배우들은 하나같이 좋은 연기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고경표(32)가 있다. 최근 우린 고경표의 얼굴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그는 박찬욱 영화에도 나오는 배우이다. '육사오' 같은 코미디 영화를 굳이 안 해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했다. 개봉을 앞두고 고경표를 만났다. 그는 "배우가 하고 싶고 연기가 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저도 주연했었잖아요. 그런데 그런 작품을 했다고 계속 주연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전 주연 하려고 배우 하는 게 아니에요. 조연이나 단역도 상관없이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중요해요. 그게 쌓이는 거죠. 시간은 한정적입니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주연, 조연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고경표가 '육사오'에 출연하기로 한 건 역시 재미때문이었다.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코미디 연기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는 코믹 연기의 매력을 즉각적인 반응이라고 했다. 다른 장르의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극장 안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코미디의 경우에는 웃음으로 영화에 대한 반응은 물론 연기에 대한 반응까지 바로 바로 캐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매력 때문에 코미디 연기를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 어릴 때는 코미디 연기 하기가 싫었어요. 저도 멋있는 거 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코미디 연기를 해냈을 때 반응이 너무 좋은 겁니다. 웃음 한 방을 위해 설계한 것들이 딱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그건 참 매력적이에요. 어렵긴 하지만요."

이번 작품엔 고경표와 함께 음문석·곽동연이 국군으로, 이이경·박세완·이순원·김민호가 북한군으로 출연해 함께 호흡을 맞췄다. 고경표는 "매우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다"고 했다. 다만 "즐겁게 촬영했지만, 어떤 현장 못지 않게 진지하게 연기했다"고 했다. 극중엔 국군과 북한군이 접선하는 장소인 '공동급수구역'이 있다. 이 공간이 지방 멀리에 있어 관련 장면 촬영을 위해 배우들은 약 2주 간 사실상 합숙하면서 연기했다. 그때 가장 많이 했던 얘기가 연기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 "리허설을 계속 했어요. 저희끼리 해보고 별로인 부분이 있으면 서로 지적해주고요. 다시 맞춘 뒤 리허설 하고요. 그걸 반복했죠. 숙소 돌아와서는 다음 날 연기 어떻게 할지 얘기 하고요. 그래서 저희 영화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아요."

고경표는 코미디 연기가 재밌는 대사 몇 마디로, 우스꽝스러운 행동 몇 가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배우가 진정성 갖고 몰입할 때, 관객 역시 영화에 빠져들어서 극중 인물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고 그럴 때 비로소 웃음이 나온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 점을 많이 배웠다"고 했다. 고경표에게 대작 영화들 사이에서 개봉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관객에게 '육사오' 같은 영화에 대한 갈증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웃는 걸 좋아하고 노는 걸 좋아하는데요. 니즈가 분명히 있다니까요. 전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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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경표의 코미디 연기? "오히려 좋아"

기사등록 2022/08/24 05:55: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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