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주말되면 텅 빈 도시…직주락 함께있는 도시로"
"구민들 변화 선택, 중구 변화 약속 반드시 지킬 것"
"다산로 인근 지구단위계획 손질해 높이 제한 풀 것"
"세운지구는 사람, 숲, 초고층 빌딩 조화로운 도시로"
"민선 7기 갈등에 발목 잡혀…서로 하나가 돼야 변화"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중구 변화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중구는 주요 행정시설과 대기업, 대규모 상권이 몰려있는 중심 업무·상업지구다. 하지만 중구에 사는 인구수는 12만2138명으로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적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김길성 중구청장은 "중구는 밤이나 주말이 되면 텅 빈 도시가 된다"며 "이곳에 상주하는 인구는 40만~50만명 정도다. 업무와 주거를 나누던 장벽을 허물고 즐길 거리가 공존하는 도시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주거, 업무, 문화 등 '직주락(職住樂)'이 함께 있는 도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지난 17일 중구청 집무실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과정에서 '중구가 정체돼있다', '중구를 바꿔야 한다'는 요청들이 많았다"며 "결국 주민들이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중구 변화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선거에서 전임 서양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489표 차로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민선 7기 구정에 대해서는 "구청과 의회, 지역사회 리더 간 갈등에 발 목잡혀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구청장은 "대부분의 사업이 조례·예산 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올 스톱'됐다. 그래서 민선 7기 구정은 '복지'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민선 8기에서는 지난 4년간 남겨진 갈등의 흔적들을 치유·수습하고 복지뿐 아니라 중구를 다시 성장하는 도시, 명실상부한 서울의 중심다운 위상을 갖춘 도시로 만들겠다. 주민들에게 서울의 중심, 중구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세운지구와 다산로 재개발과 맞물려 중구에 '살만한 집', 양질의 주거 공간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구민 70%가 모여 사는 '다산로' 일대는 중구 재개발·재건축의 주 무대가 될 예정이다. 다산로는 중구 버티고개역부터 약수·청구·신당역을 잇는 약 2.8㎞의 거리로 지하철 4개 노선이 관통하는 '초역세권'이다. 그러나 다산로 일대 주택 65.1%는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으로 신당·황학동 지역은 건물 대부분이 5층 미만으로 돼 있다.
김 구청장은 "역사 문화지구, 남산고도 제한 등 규제에 발이 묶여 30여 년을 그대로 멈춰있었다"며 "지구단위계획을 손질해 높이 제한을 풀고, 종 상향으로 용적률을 확대해 현재 5층 건물을 최대 20층까지 올릴 것이다. 이런 계획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만들어 올해 안으로 설명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김 구청장은 지난 5일 구청장 직속의 '도심 재정비 전략추진단'을 신설했다. 13명의 전문 인력들이 남산고도 제한 완화, 다산로 고밀 복합개발 등 굵직한 도시개발 현안을 끌어 나가게 된다. 김 구청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년 내 중구 다산로는 '강남의 테헤란로'를 뛰어넘는 중심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했다.
세운지구 재개발도 본격화한다. 김 구청장은 "세운지구는 강남처럼 성냥갑 같은 빌딩만 즐비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 숲, 초고층 빌딩이 조화로운 도시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뉴욕의 맨해튼, 영국 런던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운지구에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는 '비욘드 조닝' 방식의 초고밀도 개발을 진행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김 구청장은 "오 시장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나눈 얘기도 세운지구 개발이었다"며 "서울을 바꾼다고 하면 중구, 서울의 중심을 바꿔야 상징적인 효과가 난다고 얘기했고, 그것에 대한 생각이 아주 많으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운 재정비 촉진 계획이 내년 중 서울시에서 완성되면 구역별로 진행되는 사업마다 관리처분계획, 착공, 준공 등 각종 인허가부터 공사장 안전 감독 관리 등 세부 집행과정을 구청이 관할한다"며 "세입자, 토지주, 사업시행자 간 갈등을 조율하는 일도 하게 된다. '내몰림 현상' 같은 개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갈등관리 프로세스'를 운영해 갈등 상황에 직접 개입할 것이다. 상호 간 의견을 들으며 합의안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이 내세운 '도심 시장의 마켓 클러스터 구축' 공약과 관련해선 "중구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시장이 모여있다. 39개의 전통시장과 9곳의 골목형 상점가가 있다"며 "이 특징을 강점으로 활용해 시장과 시장이 서로 상생하도록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대문 갈치조림 골목, 을지로 골뱅이, 노가리, 곱창 골목 등 중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음식 특화 거리와 노포, 유명 맛집들이 있다"며 "이들이 지역 시장과 상생 협약을 맺고 식재료와 그릇 식기 등 부자재를 중구 내 시장에서 공급받도록 하는 등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중구 시장 상인들에게 전문 컨설팅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 입점, 온라인 스토어 개설 등 새로운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김 구청장은 마지막으로 "지금은 정부, 서울시장, 중구청장이 협력하기 좋은 구조"라며 "의견 일치를 갖고 서로 하나가 돼야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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