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코픽스 2.90% 상승…9년 5개월 만에 최고
이자 부담 증가·집값 하락…영끌족 '진퇴양난'
기준 금리 추가 인상 전망·집값 하락 폭 확대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대출 금리가 6%를 넘어설까 봐 잠이 안 와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회사원 최모(44)씨는 최근 은행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친다. 지난해 3월 4억원을 대출받아 아파트 사들였다. 당시 연 2%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들어 연 6%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달 말 갱신을 앞두고 있는데, 금리가 또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며 "대출 금리가 워낙 빠르게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가 또다시 6%를 넘어선 데다, 올해 안에 8%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무리한 대출로 부동산을 사들인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이 비상이다.
시중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내야 할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진입하면서 쉽사리 처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했으나,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 이자는 늘어나면서 2030세대 영끌족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의 집값이 흔들리면 주택담보대출부터 신용대출까지 받아 집을 산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가 6%에 재진입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또 사상 최대 폭인 0.52%p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물가 급등을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대출 금리에 반영된 것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0%로, 전달(2.38%) 대비 0.52%p 급등했다. 종전 최대 상승 폭이었던 6월의 0.4%p를 불과 한 달 만에 갈아 치웠다. 이에 따라 코픽스는 2013년 2월(2.93%)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로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를 산출하는 기준이 된다. 은행들은 17일부터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해 주담대 변동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대부분 올랐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금리는 3.82~6.11%로 나타났다. 코픽스 기준으로 신규 취급액 코픽스와 연동되는 주담대 금리는 4.30~6.11%, 신잔액 코픽스와 연동되는 금리는 3.82~5.570%를 기록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연 기준)는 ▲KB국민은행 3.92~5.32%→4.44~5.84% ▲우리은행 4.79~5.59%→5.31~6.11% ▲NH농협은행 4.01~5.01%→4.53~5.53%로 인상했다. 신잔액기준 주담대 금리는 ▲국민은행 3.62~5.02%→3.82~5.22% ▲신한은행은 4.29~5.34%→ 4.30~5.35% ▲하나은행은 4.281~5.581%→4.270~5.570%로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앞으로 남은 3번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진다. 은행에서 3억원을 주담대로 420개월(35년) 동안 5%의 금리로 빌리면 월 원리금 상환액(원리금 균등상환)만 151만4061원이다. 하지만 금리가 6%로 치솟으면 월 원리금은 171만567원까지 치솟는다. 또 월 이자액만 100만원에 달한다.
집값은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3년 6개월여 만에 25개 구(邱) 모두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하락해 전주(-0.08%)보다 하락 폭이 확대됐다. 특히 서초구(-0.01%)가 지난 2월 셋째 주(-0.01%) 이후 6개월 만에 하락 전환되면서 서울 25개 구에서 모두 집값이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1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더니, 3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4로 전주(84.6)보다 0.2p 떨어졌다. 지난 5월2일(91.1) 조사 이후 14주 연속 하락세로, 2019년 7월 8일(83.2)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과 낙폭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으로 금리를 올리며 우리나라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올해 잇단 금리 인상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인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추가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주택 매수세가 전체적으로 위축됐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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