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하는 인구 '62만명' 역대 최고치
물가 상승·금리 인상…부업 인구 증가
"안정적인 생활 위해 잠시 고생한다"
"신혼집 전세 대출 이자 부담에 투잡"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 공장 관리직으로 일하는 A(29)씨는 저녁이 되면 고깃집으로 향한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다. A씨의 아내 역시 낮에는 백화점에서, 밤에는 카페에서 이른바 '투잡'을 하고 있다. A씨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늘었고, 물가도 올라 생활비 압박이 커졌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6%대 상승하며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주거비, 생활비 등 압박이 높아지자 부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부업을 하고 있는 인구수는 62만9610명으로 집계된다. 2020년 47만명, 2021년 56만명에 비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업자들이 늘고 있는 배경에는 대출금리 인상과 급격한 물가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p)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밟았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3.37~5.65%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또한 1년 사이 약 2%p 상승하면서 3.92~5.969%로 집계됐다.
장바구니 물가도 비상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7.9%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1년 전보다 6.3% 상승했다. 상승 폭은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로, 전월 6.0%보다도 0.3%p 오른 수치라고 통계청은 발표했다.
이에 직장인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의 플랫폼 뉴워커가 최근 직장인 8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80%는 고물가, 고금리 상황으로 개인경제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생활비 충당을 위해 부업을 찾아볼 생각이 있는지 묻자 응답자의 57.9%가 부업을 알아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41.4%는 이미 부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위해 부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부업 인구는 4만8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약 60% 증가했다. 60세 이상 부업 인구가 26만6000명으로 가장 많지만, 1년 전보다 29.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대인 B(28)씨 역시 지난달부터 '투잡'에 나섰다. 낮에는 본업인 건설유지보수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최근 아내가 아이를 임신, 출산하면서 일을 하지 못하게 돼 수입이 줄고 물가도 크게 오르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B씨는 "출산 전에는 아내의 수입이 잠시 끊겨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분유나 기저귓값에 허리가 휠 지경"며 "좀 더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 잠깐 고생하자는 생각으로 투잡을 뛰고 있다"고 전했다.
일을 늘려야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른바 'N잡러'도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 3월부터 부업에 뛰어든 A씨는 "대출받아 신혼 전셋집을 구했는데 금리가 올라 부담이 커졌다"며 "젊을 때 좀 고생해서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내 C씨도 "나중에 하고싶은 사업을 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지금부터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하나의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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