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 '책임론', '사법 리스크' 공세 부담
이재명 "선거 책임, 회피 아닌 해결로 지겠다"
"사법 리스크, 흠결 있었으면 이미 난리 났을 것"
선거 압승 땐 논란 종결…결과 따라 입지 바뀔 것
[서울=뉴시스] 정진형 임종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의원에게 당 대표 당선은 당내 기반을 다져 주도권을 잡을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친이재명(친명)과 비이재명(비명)으로 쪼개진 당을 통합하고 본인과 주변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본인은 물론 당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오는 8·28전당대회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새로운 인물을 통한 혁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은 지방선거 이후 꾸준히 제기돼왔다. 재선 의원 모임과 더좋은미래 등이 대선과 지선 패배 책임자의 불출마를 공개 요구했고, 친문 중진인 홍영표, 전해철 의원이 잇따라 전대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동반 불출마'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불출마 압박 등 당내 견제를 정면 돌파했다. 그는 이날 출마 선언에서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제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 정치사로 보면 위험한 선택임을 잘 안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민 기대와 사랑을 회복하지 못하면 총선승리도, 지선승리도, 대선승리도 요원하다. 사즉생의 정신으로 민심에 온 몸을 던지고 국민의 집단지성에 저의 정치적 미래를 모두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당권 경쟁자들의 '사법 리스크' 공세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대장동 개발, 성남FC 후원 의혹을 비롯해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본인과 주변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는 와중에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의 활동도 제약될 것이라는 게 골자다.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당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지난 14일 광주시의회 간담회에서 "방탄용 출마와 사법 리스크란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고 견제구를 날렸고, 강병원 의원도 1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법 리스크가 우리 당의 민생을 챙기는 모습에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15일 "당에 있는 분이 같이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공격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민주당 대선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던 것처럼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논란으로 전당대회가 과열될 경우 계파갈등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7인회' 문진석 의원이 사법 리스크 논란에 "대선경선 시즌2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뼈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사법 리스크'에 관해선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은 "제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초기까지 통계를 내봤더니 근무일 기준으로 4일에 3일을 압수수색, 조사, 수사, 감사 받았다"며 "제가 비오는 날 먼지 날만큼 십수년간 탈탈 털리고 있는데, 저한테 먼지만큼의 흠결이라도 있었으면 이미 난리 났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게 지금 굿하는 무당인지, 수사하는 검경인지 잘 모르겠다"며 "책임 묻는 게 아니라 온동네에 소문 내는 게 주목적인 것 같다. 3년 6개월 수사해 무혐의 나온 것을 또 수사한다고 압수수색 쇼를 하고 있다. 이거야 말로 정치가 아닌 정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론은 직전 대선후보를 지낸 이 의원에 우호적인 모습이다. 지난 11일 나온 SBS 의뢰 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재명 68.3%로 박주민(7.2%), 박용진(4.3%) 등 경쟁 주자를 큰 격차로 따롤린 것으로 나타났다.(9~10일 실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 의원이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의 관건은 어떠한 결과를 맞느냐이다. 과반 이상의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경우 당심과 민심이 '이재명 리더십'을 추인했다는 의미로, 당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 가까스로 당선되거나 당권을 잡지 못하게 될 경우 당내 갈등 격화 등 부정적 영향이 적지않을 수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8·29 전당대회에서는 당시 민주당에 복귀해 21대 총선 압승을 이끈 이낙연 대표가 60.77%를 얻어 김부겸(21.37%), 박주민(17.85%) 후보를 여유있는 격차로 따돌렸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대세임을 확인했고, 그의 리더십도 공고해졌다.
그러나 2015년 2·8전당대회의 경우 박지원 후보(41.78%)를 상대로 문재인 대표(45.3%)가 진땀승을 거뒀다. 여기에 전당대회 직전 여론조사 규칙을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바꾼 것을 놓고 친노·비노계간 갈등이 폭발했고, 끝내 분당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18일까지 이틀간 8·28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받는다. 이재명 의원을 비롯해 강병원, 강훈식, 김민석, 박용진, 박주민, 설훈 의원(가나다 순)과 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이 당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출마 자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후보 접수 강행 의사를 밝혔다.
당 대표의 경우 오는 28일 중앙위원회 급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한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후보를 3명으로 추려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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