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이란 핵능력 파괴할 준비 시간 벌 수 있다"
모사드 "합의에도 이란 절대 핵포기 안할 것"
![[테헤란=AP/뉴시스]이란 원자력위원회가 제공한 이 사진에서 기술진들이 언론인 등이 입회한 가운데 이란 수도 테헤란 남서쪽 250km 떨어진 아락의 아락 중수로 원자로 공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https://img1.newsis.com/2019/12/24/NISI20191224_0015925245_web.jpg?rnd=20191224003723)
[테헤란=AP/뉴시스]이란 원자력위원회가 제공한 이 사진에서 기술진들이 언론인 등이 입회한 가운데 이란 수도 테헤란 남서쪽 250km 떨어진 아락의 아락 중수로 원자로 공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 2015년 미국이 이란과 핵합의를 이룬 직후부터 이스라엘 정부는 협정 체결에 완강히 반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의 국방 및 정보 분야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 핵합의 재개가 이스라엘에 이익이라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과 군 정보 파트는 핵합의에 찬성하지만 이스라엘 해외 정보 수집과 공작을 전담하는 모사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핵합의 반대는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합의를 파기한 주요 배경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핵합의 복원을 추진함에 따라 다시 이스라엘 내부에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중동을 순방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에 합의 복원이 안보를 강화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핵합의 복원이 성사되기까지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미국과 이란 모두 핵합의 복원을 원하는 것으로 본다. 이란은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미국은 안보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이란 석유를 시장에 공급해 고유가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당국자들은 최근 일련의 인터뷰에서 신임 군정보국 책임자인 아하론 할리바 중장과 주변 인물들이 내부적으로 부족한 점이 남더라도 합의를 이루는 것이 이란이 빠르게 핵개발을 진전시키도록 방치하는 현상유지보다는 낫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핵합의 복원이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현 단계에서 멈추도록 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준비를 할 시간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반면 모사드의 활동 상황과 입장을 잘 아는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은 모사드 책임자가 경제제재, 외교적 압박, 핵시설 사보타지 및 관련자 암살 등이 없으면 이란이 절대 핵야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이들은 핵합의 복원이 이란의 핵프로그램 폐기 내지 대폭적인 축소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이란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군 당국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의 비밀 사보타지 공작으로 테헤란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보타지 공작에 대해 이란은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음을 확신해 직접 또는 레바논 헤즈볼라와 가자지구 하마스 등의 민병대를 동원해 보복할 수 있다.
이란은 자국의 핵프로그램이 철저하게 핵발전을 위한 민간용도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전혀 믿지 않는다. 지난 2018년 1월 모사드가 이란의 핵문서를 훔쳐내 이란이 최소한 2003년까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음을 입증했었다.
이스라엘의 전 현직 총리인 나프탈리 베네트와 야이르 라피드 모두 미 의회 연설에서 핵합의를 비난했던 벤자민 네타냐후 전 총리 못지 않게 핵합의 복원에 반대하며 반대 의사를 누그러트릴 용의가 전혀 없다.
베네트와 라피드는 미국과 핵합의 복원 논쟁을 벌이는 사실을 공개하길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란 및 이란 지도부에 대한 경고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안보에 위협일 경우 이란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공개적 및 비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군정보당국자들은 핵합의가 복원되지 않을 경우 미국과 유럽이 이란 비핵화를 포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이스라엘 홀로 이란의 핵프로그램 가속화를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란의 무기용 우라늄 확보는 본격화할 경우 몇 주면 가능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이란의 핵시설에 전폭기를 보내 파괴할 준비를 했으나 오바마 대통령 정부의 반대로 마지막 순간에 포기했었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2019년 인터뷰에서 "실제 공격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미국이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기에 공갈이 아니라 실제 준비했었다"고 밝혔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핵시설 공격 시도로 역풍을 맞았었다.
당시 모사드 국장이던 타미르 파르도는 최근 "당시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위협이 미국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가 협정 서명에 앞서 이스라엘이 군사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국제상황을 조성하는 발언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핵합의 파기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했고 이 공약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디 라비 전 모사드 부국장 겸 공작책임자는 "모사드가 이란의 핵문서를 훔쳐내 이란의 군사적 핵개발 부인이 거짓임을 입증했다. 이들 증거가 트럼프가 핵합의를 철회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대통령이 2018년 핵합의를 철회했을 때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력한 제재와 이란내의 여러 공작을 진행하는 "주먹" 계획을 입안했다고 당시 이에 관여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압박에 굴하지 않았으며 핵문제를 두고 미국에 직접적 군사 공격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 정부는 핵합의가 폐기된 뒤 몇 년 동안 합의조항을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고 국제 감시기구의 감독을 제한해왔다.
파르도 전 모사드 국장은 "트럼프를 설득해 합의를 폐기하도록 한 이스라엘의 조치는 이스라엘 국가 창설 이래 가장 큰 전략적 실수 가운데 하나"라면서 "이란의 핵 계획을 망가트리기는 커녕 핵폭탄 제조에 한발 다가서는 상황에 스스로를 빠트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진행되는 이같은 논란이 현재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핵합의가 복원되는 경우 미국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모든 가능성을 차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비드 바르네아 신임 모사드 국장은 지난해 6월13일 베네트 총리 정부 출범 직전에 임명됐다. 그가 취임한 지 10일 뒤 드론 폭격기가 이란의 원심분리기 시설을 타격했다. 이스라엘이 공격한 시설은 1년 전 트럼프 정부에 제시한 모사드의 공격 목표 중 하나였다.
베네트 전 총리는 라피드 현 총리와 함께 모사드의 핵합의 반대 입장을 받아들여 강력한 반대입장을 유지하며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한 공작을 강화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고위 정보 당국자들이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할리바 중장과 고위 보좌관들이 사보타지와 암살 공작이 지금까지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막는 것은 고사하고 별로 늦추지도 못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란이 핵활동을 가속화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원자력위원장 기데온 프랑크는 "두가지 방안 모두 나쁜 선택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2주면 핵폭탄 1개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이란이 생산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의가 이뤄지면 이스라엘이 군사적 대비책을 준비할 시간이 생기는 반면 이란은 고유가 시대에 막대한 수입을 올려 생존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미국을 설득해 이란이 선을 넘을 경우 군사력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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