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살해·매장 2명 "살인의도 없었다"…공소장 변경

[부천·김포=뉴시스] 정일형 기자 = 20대 지적장애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성 2명이 13일 법정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30)씨와 B(27)씨의 변호인은 이날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은 인정하나 살인할 의도가 없었다"며 "폭행치사로 처벌을 받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공소사실은 살인으로 되어 있다"고 하자 변호인은 피고인들과 대화한 뒤 "살인 고의성이 없다"고 했다.

이후 재판부가 A씨에게 "검찰과 경찰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느냐"고 묻자, A씨는 "경찰 조사 때도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는데, 형사가 (진술조서를) 다르게 썼다"며 "나는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B씨에게도 "같은 생각이냐"고 물었고, B씨는 "네"라고 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C씨(25·여)는 살인방조 혐의는 부인했으며,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공범 D씨(30·여)는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20일 3차 공판을 열고 증거를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24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A씨와 B씨, 살인방조와 사체유기 혐의로 C씨, 사체 유기 혐의로 D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8~20일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A씨의 주거지에서 지적장애 3급인 E(28)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해 살해한 뒤 같은 달 22일 김포시 대곶면 약암리 부근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시신이 심하게 부패해 냄새가 나자 지난해 12월22일 렌터카를 빌린 뒤 E씨의 시신을 김포 승마산 입구 인근에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해 9~12월 E씨와 함께 거주하면서 "E씨가 거짓말했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적장애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E씨와 33㎡(약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월세 35만원을 내고 살고 있었으며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보다 못한 이웃주민이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지원을 요청한 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 중 A·C씨는 지적장애가 있으며 B씨와 D씨는 수사과정에서 경계성 지적장애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씨의 시신은 지난달 20일 낮 12시15분 김포시 대곶면 약암리 야산에서 나물을 채취하던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4개월가량 부패가 진행돼 두개골이 백골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E씨의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특정하고 수사망을 좁혀 지난달 28~29일 인천지역에서 3명, 경북 경산에서 1명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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