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노순택, 학고재서 7월17일까지 개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거대한 맹금류가 작은 파리 한 마리를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두 점이 나란히 배치되었다. 아프리카 르완다의 수도 키칼리에서 포착한 까마귀와 파리라고 한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 본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사진이다. 시선을 돌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검게 피어오르는 형상이 발길을 당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봇대를 휘감은 덩굴이다.
까마귀와 파리 사진은 1994년 르완다에서 벌어진 끔찍한 종족 대학살을 은유한다. 전봇대를 휘감은 덩굴은 문명의 이기인 전기, 그 전기를 잇는 관절인 전봇대가 어떤 사회적 결정에 의해 마을이 사라지고 쓰임새를 다하면서 식물에 의해 포위당한 장면이다.
노순택의 '검은 깃털'(2013~2021) 연작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의 사진 18점과 병풍 프린트의 사진 1점으로 총 1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모두 역광 사진이다. 벽면을 가득 메우는 크기의 대형 사진부터 작은 크기의 사진까지 규모가 다채롭다.
어둠에 대한 연작 '검은 사진술'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진비평가 김현호도 "무엇을 찍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의미의 공백으로 프레임에 자리한다. 찍힌 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중인지 사진을 보는 우리는 알 수 없다. 즉 이것은 노순택의 작업 중에서도 가장 석연치 않고, 모순적이며, 모호하다"고 했다.
"'검은 깃털'은 노순택의 한쪽 경계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반대쪽 경계에는 '애국의 길'이나 '붉은 틀'처럼 비교적 명료하고 정치성이 강한 연작들이 놓인다. 노순택은 이 경계들 사이에서 진동하면서, 정교한 사진적 기술과 섬세하게 단련된 손놀림을 통해 자신의 작업이 지닌 의미를 복잡하게 교란한다."
노순택은 분단체제에서 파생된 정치적 폭력과 갈등의 문제를 사진과 글로 엮어왔다. 그가 펼쳐내는 화면엔 현장의 격렬함과 더불어 독특한 미감이 담겨있다는 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순택은 “누군가는 내가 일 방향의 일관된 길을 걷는다 말하지만, 아니다. 애당초 나의 방향은 한 방향도 양 방향도 아닌 사방으로 흩어지며 허우적대는 방향, 어쩌면 방향이 아니라 방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광사진은 농담(濃淡)이 거의 없다"며 이를 ‘극단주의자의 화법’에 비유한다. 선과 악 사이의 모호함, 흑과 백 사이의 회색을 허용하지 않는 극단주의 화법이 환영받는 오늘의 한국 사회를 넌지시 은유한다.
그는 "세부가 어둠에 묻혔다 해서, 세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깃털이 윤곽에 갇혔다 해서, 무게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또 언젠가 일기에 썼다는 한 줄 “나의 부모님 노순택을 낳으시고, 노순택은 모순택을 낳았네"라며 자신의 자화상도 흑백의 윤곽으로 남겼다. 전시는 7월17일까지.
사진작가 노순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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