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7주 만에 41개국에서 확진자 3300명 발생
예상보다 빠른 확산세에 공기 중 전파 우려 커져
비말 감염 가능성은 있지만 코로나19보다 전파력↓
해외에선 성관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연구 중
환자 병변 접촉해 감염된 사례가 많을 것으로 추정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원숭이두창이 과거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행했을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40개 넘는 나라에서 확진자가 나와 당초 예상보다 빠른 확산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이 때문에 사람·동물과의 밀접 접촉이 아닌 전파 경로로도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3336명이 발생했다. 지난달 6일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약 7주 만에 확진자 3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원숭이두창은 발생 초기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었지만 이제는 중남미, 중동, 오세아니아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일평균 확진자 수(최근 7일간)는 이달 초 63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86명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숭이두창의 주요 전파 경로는 밀접 접촉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 또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체에 직접 접촉하는 경우에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의 유행은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사람들이 파티 등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초 원숭이두창은 전파력이 강하지 않아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됐다.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에어로졸 형태로 전파될 수 있는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환자의 병변이나 체액을 직접 접촉하는 경우에 주로 감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숭이두창 환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공기 중 전파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고 해외를 방문하지도 않은 확진자도 일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공기 감염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의 비말을 흡입할 경우 감염될 가능성은 있지만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코로나19처럼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닐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비말 감염은 침, 콧물 등 환자가 직접적으로 내뱉은 물방울에 섞인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비말의 경우에도 2m 반경 내에서 주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지만 무게 때문에 곧 바닥으로 떨어진다.
반면 바이러스가 아주 작은 수분 입자인 에어로졸 속에서 공기를 타고 확산되는 경우 전파력이 훨씬 높아진다. 확진자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확진자가 머물던 공간을 나중에 방문한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의 경우 비말을 통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감염시킬 수는 있지만 공기 감염, 에어로졸 감염이 되지는 않는다"며 "공기 감염이 가능했다면 지금 확진자 규모는 수백명이 아니라 수만명 수십만명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3만개 수준인데 원숭이두창은 18만개 정도로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다"며 "바이러스 입자 크기가 5μm 이하라면 공기중에 떠다니면서 먼 곳에 있는 사람까지 다수를 감염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입자가 큰 경우에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비말로 배출되지만 1~2m 이내에서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성적 접촉을 통해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숭이두창이 성매개 감염병의 성격을 갖는지에 대한 의문도 지속되고 있다.
아직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정액이나 질액을 통해 감염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발생한 환자의 정액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성관계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성관계를 통해 감염 가능성은 아직 근거가 분명하지 않고 여전히 주된 전파 경로는 밀접 접촉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원숭이두창 확진자들은 입이나 성기, 항문 등에 발진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성적 접촉을 할 경우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는 것은 아직 의심해보는 정도이고, 그것보다는 환자의 피부에 발진이나 수포가 있는 상황에서 밀접 접촉을 하면서 전파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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