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 임신했으나
18주 만에 자궁 파열 및 합병증으로 사망
남편 "남은 배아 사용해 대리모 출산 원해"
법원 "아내도 배아사용·대리모 동의할 것"
[서울=뉴시스]문채현 인턴 기자 = 영국에서 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그 남편이 이전 불임 시술 과정에서 냉동시켰던 아내 배아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22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 고등법원은 테드 제닝스(38)가 숨진 아내의 냉동 배아 사용 권리에 관한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그의 권리를 인정했다.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것을 허용한다고 판결했다.
쌍둥이를 임신했던 제닝스의 부인 마리 초야(당시 40세)는 2019년 임신 상태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제닝스는 부인의 냉동 배아를 사용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남은 배아를 사용해 아이를 낳는 것이) 죽은 아내의 소원이라는 것을 확신한다"며 "아내도 남기고 간 배아를 가지고 내가 아이를 갖길 원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소송까지 해야 했던 이유는 초야가 죽기 전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서면 동의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정 및 배아 감독청'(HFEA)은 "제닝스가 아내의 서면 동의 없이 배아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런던 고등법원 테이스 판사는 "시험관 수정 시술 과정에서 초야가 받아 서명한 서류 양식에는 사후 배아 사용에 대한 동의를 위해 여성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정황 증거를 통해 초야가 사망 이후 배아 사용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제닝스와 초야는 2007년 만나 2009년에 결혼하며 쿠바 트리니다드에서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다.
두 사람은 아이를 원해 여러 차례 임신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고 2013년부터 여러 차례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다. 그러다 2018년 11월 쌍둥이 딸을 임신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초야는 2019년 2월 임신한 지 18주 만에 자궁 파열 및 합병증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에 제닝스는 2018년에 런던의 한 불임 클리닉에 보관한 부부의 남은 배아 하나를 사용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출산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출산 규제 당국은 초야가 사망하기 전 사후 대리모 출산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승인하지 않았다.
제닝스는 "아내는 시험관 수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마지막 배아 하나가 저장돼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 또는 내가 죽거나 혹은 쌍둥이 중 한 명이 죽을 위험이 있을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했었다"며 "아내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었다"고 덧붙였다.
테이스 판사는 "제닝스는 부모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그가 배아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의 권리이며, 이에 대해 법이 개입해 결정하는 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배아를 사용해 대리모 임신을 시도하는 데 있어) 이 중요한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한 요소나 개인의 권리 충돌이 없다"며 "이를(그의 요구를) 허용하는 것이 법의 근본적인 목적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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