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천도교 대교당서 개최…미발표시 8편도 공개
유홍준·황석영·도올 김용옥 등…일본 미야타 마리에 여사도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지난달 8일 세상을 떠난 김지하 시인을 추모하는 자리가 다시 한 번 마련된다.
'김지하 시인 추모 문화제' 추진위원회는 고인의 49재를 맞아 오는 25일 추모제를 서울 종로구 천도교 대교당에서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1960년대부터 김 시인과 함께 문화운동을 해왔던 이들이 마련한 자리다.
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제를 통해 초청 인사들의 추도사와 추모 시 낭송, 제의의례 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이 문화제 사회를 맡고, 도올 김용옥 선생, 황석영 작가 등이 참석한다. 1970년대 김 시인의 투옥과 석방 과정에서 구명 운동을 펼친 일본 문예지 '우미'의 전 편집장 미야타 마리에 여사도 자리한다.
상임위원장을 맡은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빈소가 원주에 마련됐고 코로나19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 속에서 오셔야 할 많은 문상객이 오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아쉬움, 그리움, 가슴에 응어리가 진 사람까지 모두 김지하 시인의 영정 밑에서 그를 함께 보내는 애도의 장을 가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유홍준 이사장은 "1960~70년대를 살아가며 민주화 운동에 고인이 했던 역할은 영원히 기록될 수 있는 한국 문화의 한 자산"이라며 "우리가 더 기려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추모문화제에서는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 미야타 마리에 여사, 채희완 민족미학연구소 소장, 황석영 작가 등이 추도사를 통해 고인의 생전 활동을 조명한다. 한국문학은 물론 민주화운동, 생명 운동, 민족 문화 발전 등에서 활약한 김지하를 기억하는 자리다.
추모 시 낭송 시간도 마련된다. 이청산, 김사인, 홍일선 시인이 고인의 시와 김 시인에 대한 추모시를 낭송할 예정이다. 유 이사장은 김사인 시인을 "우리나라에서 시 낭송을 가장 잘하는 분 중 하나"라며 "추모 행사를 통해 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춤과 탈극 공연도 이뤄진다. 문화제 당일 임진택 명창이 부를 노래 '빈산'을 작곡한 이종구 작곡가는 "작곡가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의 마당극이라는 양식을 제일 먼저 만든 사람이 김지하 시인"이라며 "김 시인은 우리 예술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종합예술을 제일 먼저 꺼내놓은 분"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문화제 '유품 소개' 시간을 통해 김지하의 그림과 글씨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다. 그는 "추사 김정희가 글씨를 너무 잘 쓰는 바람에 그가 시의 대가라는 걸 사람들이 잊었다고 하는 데 김지하는 시를 너무 잘 써서 현대 문예의 대가라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지하의 난초와 글씨에 대해 "엄청난 예술적 성취"라고 평가했다.
그간 발표되지 않은 고인의 시 8편도 공개된다. 임진택 명창은 "1999년 김지하 시인에게 희곡을 부탁했는데 그가 병이 심해져 요양을 하게 되며 보내준 시"라며 "요양 중에 완성한 사랑에 대한 시"라고 했다. '열리리', '심화', '사랑은 공경', '처용' 등 8편의 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 시인의 생전 가장 논란이 된 1991년 조선일보 칼럼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이부영 위원장은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장에서 문익환 목사가 희생당한 열사들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며 "문 목사가 그 죽음을 잘 죽었다고 소리 지른 게 아니다. 그 젊은이들의 희생에 가슴 아파 소리지 른 것 아닌가. 김 시인의 1991년도 젊은이들의 분신자살에 대해 똑같은 심정으로 그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김 시인에 대해 "공구과일(功九過一)"이라고 표현하며 "하나의 과도 그가 잘못했다기보다는 오해를 산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김 시인이 그간의 오해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이번 문화제를 통해 제대로 평가할 시간이 다가왔다"며 "두번째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내년 1주기에는 부문별로 김지하를 다시 평가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려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추모제는 25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되며 2시부터 일반 시민들의 분향과 추모도 가능하다.
한편, '타는 목마름',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은 지난달 5일 오후 강원 원주시 자택에서 향년 81세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