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업체들 수년 만에 신제품 출시 잇달아
시장 규모 작아 소외됐던 제품군 재평가
시장 침체 우려 속 궁여지책이라는 평가도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생활가전 업계에 최근 단종 제품이 귀환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 생활가전 업체가 소비시장 규모가 작다는 판단에 따라 철수를 결정했다가 수년 만에 새 제품을 내놓고 있다. 창문형 에어콘, 제습기, 태블릿 등 그동안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됐던 제품군이 시장에서 재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버터 제습기'를 새로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제습기 출시를 중단한 이래 5년여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 2006년 단종한 창문형 에어컨 제품을 15년여 만인 지난해 새로 내놨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달에도 2022년형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핏' 신제품을 내놨다.
LG전자도 지난달 창문형에어컨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를 출시했다. 지난 1968년 국내에서 최초로 창문형 에어컨을 선보였던 LG전자는 2012년 국내 판매를 중단하고, 그동안 해외에서만 판매를 진행해오다 10년 만에 다시 참전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모바일 시장 철수를 선언한 LG전자는 태블릿PC 신제품의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최근 국립전파연구원에 '무선데이터통신 시스템용 무선기기'(모델명 10A30Q)의 전파인증을 받았다. LG전자가 태블릿PC를 내놓는 건 3년 만이다. 이번에 선보일 제품은 중저가 모델로, 교육용 IT 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근 단종 가전이 부활하는 현상에 대해, 관련 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창문형 에어컨의 경우 올해 30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전체 에어컨 시장 규모 250만대에서 적지 않은 비중이다. 특히 그동안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와 일체형인 제품이어서 가정 내 소음 등 때문에 스탠드와 벽걸이형 제품에 밀려 사라졌으나, 최근 단점을 보완한 제품들이 나와 다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제습기 역시 삼성전자는 그동안 시장성이 없다고 평가해왔다. 에어컨의 제습 기능 만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었으나, 매년 긴 장마와 후텁지근한 날씨가 되풀이되고 있는 데다, 에어컨과 의류관리기 시장 성장과는 별개로 제습기 수요도 꾸준해 생각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습한 날씨에 제습기 시장 수요가 생기고, 특히 삼성 브랜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지속되면서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태블릿의 경우 코로나19 시기 원격 수업으로 웨일북, 크롬북 등 교육용 IT 기기의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소비 침체 우려 속에서 궁여지책으로 저부가가치 시장에 다시 뛰어드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들 제품은 그동안 중소업체 위주의 시장이었고 수익성이 박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만큼 제품 개발에 큰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다. 일부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제조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기도 하다. 대형 업체들이 시장에 재참전하는 것도 코로나19 이후 제품군을 다각화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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