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초과지급국가배상금환수 법원 화해권고 수용
한동훈 "이른바 '줬다 뺐는' 과정 생겨…방치땐 해당 국민 억울"
국정원 "과거 정부 해결 못한 사안 전향적 검토...화해권고안 수용 적극 개진"
[서울=뉴시스] 김소희 기자 = 법무부가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피해자 이창복씨의 국가 배상금 반환 소송과 관련, 초과지급 된 배상금 원금만 납부하면 지연 이자 납부는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2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차관 주재 하에 법무부(승인청), 서울고검(지휘청) 및 국정원(수송수행청) 관계자가 참여한 '초가 지급 국가 배상금 환수 관련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가 이날 화해권고를 수용하기로 결정된 배경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초과지급 된 국가배상금 원금 외에 다액의 지연이자까지 반환토록 하는 것은 국가의 잘못이고, 이를 배상한다는 국가배상의 취지 ▲정의관념과 상식에 비추어 가혹할 수 있는 점 ▲'국가채권 관리법'상 채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없는 부당이득반환의 경우 원금 상당액을 변제하면 지연손해금을 면제하는 것이 가능한 점 ▲재판부의 종국적 분쟁해결 노력 존중 필요성 ▲관계기관 회의 결과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한 장관은 이날 결정과 관련해 "이 건 배상 진행과정에서 국가의 실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지급 이후의 판례변경이라는 이례적 사정으로 이른바 '줬다 뺐는' 과정이 생겼고, 국가배상으로 받을 돈은 6억원인데, 토해 내야 할 돈은 15억원이 되어 그대로 방치하면 해당 국민이 억울해 지게 됐다"며, "오직 팩트, 상식, 정의의 관점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려 노력할 것이고,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에 진영논리나 정치논리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은 과거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이번 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화해권고안 수용입장을 적극 개진했다"며 "국정원은 인권침해 등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자를 위로한다는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대안과 해결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정원은 오늘 관계기관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이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로 약 8년여간 옥살이를 했던 이씨는 2008년 1월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1·2심에서 모두 이기면서 배상금과 이자 상당액의 3분의2인 11억원 가량의 손해배상금 등을 가지급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2년 뒤인 2011년 1월 지급된 배상금의 이자 계산이 잘못됐다며 배상금의 절반인 5억여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이를 갚지 못했고, 매년 20%의 지연이자가 붙어 현재 갚아야 할 이자만 약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씨는 이번 청구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재판부는 정부 배상금 5억원 중 5000만원을 올해 말까지 내고, 나머지를 내년 6월말까지 상환하는 대신 10억원 상당의 이자는 내지 않도록 하는 화해권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4월29일 '이씨가 반환금을 갚지 못할 경우 화해를 무효로 하고, 이자를 포함해 갚아야 한다'며 이의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정부 측 의견을 접수해 재차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으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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