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연장 불가 통보' 보도 후 조합원에 공지
조합 "시공단 대위변제로 조합원 부담 아냐"
정상위 "거짓말에 헛웃음 나오는 궤변" 비판
실태조사 '도정법 위반' 보도에는 "사실 아냐"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둔촌주공 대주단이 오는 8월 만기되는 사업비 대출에 대한 연장 불가 입장을 조합에 통보한 가운데 조합 내부에서는 집행부의 대응방식에 문제를 삼으면서 내홍이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주단은 지난 13일 시공단과 조합에 7000억원 규모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 대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만기일은 오는 8월23일이다.
공문에 따르면 대주단 소속 17개 금융기관 중 4개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대출 연장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4개 기관 역시 소송 해결, 공사재개, 계열사 전체 재참여 등이 충족돼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 의견이었다.
그러나 조합은 같은 날 조합원들에게 "이주비와 사업비대출 관련해서는 시공사 및 금융기관과 긍정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낸 뒤 별다른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이후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15일 오후 5시37분께 조합원에 공지 문자를 발송했다. 조합은 "만기연장이 되지 않을시 조합원들이 1억원 이상씩 변제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만기연장이 불가할 경우 현실적으로 연대보증인인 시공사업단이 상환을 하는 게 옳다. 이에 따라 시공사업단이 대위변제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둔촌주공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 관계자는 "이틀 만에 탄로 날 거짓말을 왜 하느냐"며 "시공단이 대위변제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1억원씩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는 헛웃음이 나오는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상권이 행사되면 채권확보를 위해 조합 통장 등에 가압류를 걸게 될 것"이라며 "조합이 가진 것은 부동산 밖에 없기에 결국 우리 재산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는 것인데, 이 엄중한 내용을 궤변으로 변명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사비 채무 등과 달리, 액수 등이 명확한 금융권 채무에 대해 보증인의 대위변제로 발생한 구상권은 소송 등으로 다퉈볼 여지조차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조합 측 관계자는 "조합에서도 (대책을) 궁리해야지 조합원들에게 무조건 알리는 게 상책은 아니지 않느냐"며 "결국은 조합원들이 재건축 사업의 주인이기에 수익 정산시에는 부담을 하겠지만 당장 8월까지 조합원들이 돈을 내서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공단에서 구상권을 갖더라도 경매에 넘어가려면 법원 판결이 따라야 하고 그 과정이 상당히 길다"며 "그렇기 때문에 당장 조합이 파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 사업은 지분제 사업이다. 지분 사업은 시공사가 사업비·공사비 등을 전부 부담해 건물을 짓고 분양 수입에서 조합원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가져가는 형식"이라며 "7000억원 사업비도 원래는 시공단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인데 조합을 차주로 만든 뒤 보증을 서겠다고 하면서 사업비 대출이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구상권 청구 이후 분쟁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도 기한 내 대출을 갚지 못한다면 조합원에게 막심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는 "대출의 주체가 조합이고 시공단이 연대보증인의 지위에 있다면 조합이 1차적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상환을 못하면 시공단이 대위변제 후 조합에 구상권 청구를 하는 것이 맞다"며 "지분제로 계약했기 때문에 조합명의의 대출도 시공단이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엄 변호사는 "구상권은 소송을 통해 판결문을 받아야 하고 이 판결문으로 강제집행(경매)에 들어가게 된다"며 "이는 1심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조합 측에서 집행정지 신청을 할 경우 법원에서 잘 받아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관련 분쟁은 1년은 기본이고 10~20년 동안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며 "만약 소송 끝에 경매에 넘어간다면 조합원들은 현금청산만 받고 사업 소유권을 뺏기게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한 언론에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2주간 둔촌주공 조합실태 조사 과정에서 조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내용을 확인, 그 결과를 조합 측에 알렸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또 서울시는 조합 측에 공문을 통해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합 측은 "실태조사에서는 조합이 대의원회에서 선정한 협력업체가 조합의 예산 범위를 초과해 조합원의 부담이 되는 계약 사항으로 도정법을 위반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조합은 이미 '실태조사관이 말하는 기준 예산은 당해연도 집행 예산일 뿐, 조합원의 부담금의 범위 예산인 관리처분계획인가 상의 정비사업비 예산 범위 내에서 업체를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대의원회에서 충분히 업체 선정이 가능하다'라는 소명을 이미 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는 실태조사 종료일에 구두상으로 '당장 오늘 확인서에 날인한 뒤 2근무일 내로 소명서를 제출하라'고 했고, 조합이 구두상 행정처리에 이의를 제기하자 이날(17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아직 확인서에 날인도 하지 않은 상황이고, 조합의 소명기회도 주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보도는 조합을 음해하려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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